순수한 열정이 빚은 ‘감동 무대’
참 눈물나는 무대였다.
숙련된 프로 아닌 아마추어, 잘 짜여진 극본 대신 나열식 공연, 그럼에도 예상 밖 감동을 느끼면서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답은 금세 나왔다. 순수한 열정이었다. 지난 21일 수원에서 펼쳐진 경기도문화원연합회의 ‘페스티벌31’ 얘기다.
세계적인 성공학 강사이자 베스트셀러 저자인 존 맥스웰은 “열정을 태울 때만 우리는 살아남는다. 열정은 의지의 연료”라고 했다. ‘페스티벌31’은 이를 방증했다. 경기도의 31개 시ㆍ군 문화원이 총출동해 열정을 불태우고 삶의 의지를 일깨웠다.
이 행사는 수원의 공연장 SK아트리움 전관에서 4개의 기획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지난 4년간 시군문화원과 다양한 형태의 기획사업을 벌여왔던 경기도문화원연합회가 처음으로 그간 성과를 되짚어보는 자리였다.
공연장 로비에서는 2개 전시가 펼쳐졌다. 각 지역의 자원을 소재로 창작한 결과물을 선보이는 ‘생각하는 손 31’과 문화원 관련 영상과 발간물 등을 소개하는 아카이브 기획전 ‘문화원이야기 31’이다.
“나무로 만든 솟대를 냈다. 내가 주인공이어서 좋고 또 좋다”
이번 전시에 작품을 출품한 허삼열(77ㆍ평택) 할머니의 소감이다. 실제로 이날 문화원을 거점으로 다채로운 예술작업을 벌인 모든 도민이 주인공이었다.
민화, 도예, 꽃누르미, 전통매듭공예, 규방공예 등 정성스러운 손품이 역력한 작품이 빛을 발했다.
문화원의 활동상을 보여주는 각종 포스터들은 박제된 소소한 일상을 역사로 환기시키는 창문 역할을 했다.
또 소공연장에서 동시에 열린 60세 이상 어르신 아마추어 예술가들의 축제 ‘나이없는 31’은 주최 측 관계자가 “북새통도 이런 북새통이 없었다”고 말할 정도로 높은 참여율을 기록했다. 그들의 ‘신명나는 수다’는 무기력한 노인이라는 편견을 깨뜨렸다.
메인행사로 펼쳐진 공연 ‘내가 있는 날 31’은 화룡정점이었다.
각 문화원의 문화학교와 동아리를 통해 실력을 쌓은 시민이 프로 예술가와 꾸민 콜라보레이션 무대로, ‘학예회’ 아닌 진짜 공연이었다.
루나힐과 프로젝트밴드, 어린이중창단, 광명문화원 기타동아리 ‘아키모’의 연주는 기립 박수를 받았다. 암전된 무대에 LED 신발과 북채를 들고 등장한 파주문화원 난타동아리 ‘COLOR’는 현란한 볼거리와 역동적인 리듬으로 관객을 들썩였다.
무대에서 넘어지거나 하모니가 흔들리는 등 실수도 나왔다. 하지만 공연 중간 메인 무대에 상영된 각 공연팀의 솔직담백한 인터뷰는 이를 상쇄시켰다.
다만 700여 명의 관람객이 공연자 혹은 문화원 관계자라는 점은 아쉽다. 내년에는 문화원의 역할을 똑똑히 보여주고 지역 문화계에 새바람을 일으킨 이 축제에 ‘문화원 밖 사람들’이 좀 더 많이 함께하길 기대해 본다.
류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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