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정부가 바라던 대로 연내 발효가 이뤄졌기 때문에 관세 혜택을 조기에 받게 되어 발효와 함께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들의 기대는 한껏 높아졌다.
하지만 발효를 앞둔 시점에서 우리는 분명 한중 FTA의 기대와 현실에 대해 좀더 명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자칫 현실과 괴리된 기대는 우리 기업이나 경제에 큰 낭패를 가져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먼저 한중 FTA는 우리가 EU, 미국에 이어서 세계 주요 경제권과 맺은 FTA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경제규모는 PPP기준으로 볼 때 2015년 약 18조 881억달러로 미국의 GDP인 17조 3480억달러를 추월하였다. 자연히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7.2%로 단일 국가로는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중국 경제는 최근 까지도 연평균 8~9%의 고도성장을 이뤄왔고, 13억에 달하는 내수 시장은 그 가능성을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이런 외형적인 면만 고려하더라도 중국과의 FTA는 우리 경제에 엄청난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것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 의존도는 26%(2014년 기준)에 달하며 홍콩까지 포함하면 31%에 달한다. 총 수출의 1/4이 넘는 액수가 중국을 향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것만 봐도 대중 수출이 우리 수출의 성패가 중국에 달려있음은 결코 과장된 말이 아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 한중 FTA도 모든 것이 좋을 수만은 없다. 가장 직접적으로는 한중 FTA로 인해 받게 될 농수산업 분야의 타격이다. 당장 FTA가 발효되어 국내 농수산업이 고사될 위기에 처한 마당에 책임을 탓하기보다는 서둘러 이에 대한 보호 대책과 경쟁력 강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어디 불안요인이 그뿐인가? 현재 중국 경제는 구조개혁이 한창이다. 그만큼 중국 경제도 상당기간 저성장에 처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부동산 시장 버블 우려와 지방정부발 부채 위기는 중국 경제의 시한폭탄과도 같은 존재로 여겨진다.
2015년 신흥국 경기 불안이 심화되고, 중국의 경제가 흔들리게 된다면 이같은 불안요인들이 다이너마이트처럼 연쇄적으로 폭발할 수 있다. 중국 경제의 불안과 침체는 곧 우리 수출 경기 악화와 경제의 충격으로 귀결될 것이다.
이러한 충격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의 대중수출은 작년 -0.4%에 이어 올해 10월까지 -4.3%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대중 수출에 이미 빨간 불이 들어온 것이다. 이는 단지 중국 경기가 안 좋아서 아니다.
먼저는 중국의 기술 추격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점이다. 최근 산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조업의 기술력은 정체된 반면 중국과의 격차는 3.3년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더욱이 IT,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등 주요 수출 품목의 경쟁력은 날이 갈수록 위협받고 있다.
새로운 신성장 산업과 수출품목이 부재함에 따라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불안감은 지속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대중 교역 구조가 중간재 중심(전체 수출의 약 70%)으로 고착된 탓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중간재를 사서 제조하여 수출하던 중국이 이제는 그러한 중간재를 자체 생산함으로써 우리나라로부터의 수입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요는 한중 FTA는 분명 우리 수출과 경제에 긍정적인 요인이지만 발효 그 자체는 우리에게 아무런 이익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FTA를 통해 우리 기업들이 과감하게 진출하는 한편, R&D 기술 투자 확대와 뼈를 깎는 구조조정, 지속적인 기술 혁신, 신성장 산업 육성 등의 노력과 함께 우리 제품의 부가가치와 경쟁력을 높일 때만이 한중 FTA는 우리 경제의 구원투수가 될 것이다.
반면 현재의 자리에 안주하고 관세 인하 효과만을 과신하게 될 때 이는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우리 경제의 안방을 중국 제품에 내어주는 꼴이 될 것이다. 너무 부정적일 필요도, 또 너무 부정적일 필요도 없다. 한중 FTA는 바로 이제부터 시작이다.
최성근 현대경제연구원 동북아연구실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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