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벼락 참사에 유가족들 오열
노부모를 모시려고 한국으로 온 중국인, 딸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려던 아버지, 30년 넘게 공사장을 돌아다니며 가족의 생계를 유지해 온 가장….
1일 발생한 남양주 지하철 공사현장 폭발·붕괴사고로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은 피해자들의 사연들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피해자들 모두 가난했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소시민들이었다.
전신 및 흡입화상을 입은 근로자 S씨(51·중국 국적)의 아내 K씨(49)는 한양병원 중환자실 앞 의자에 주저앉아 오열하고 있었다. S씨 부부는 한국에 사는 70대 노부모를 봉양하고자 3년 전 중국에서 운영하던 가게까지 접은 뒤 한국에 왔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노부모에게 안부전화를 할 만큼 효자였던 S씨는 부모님께 효도여행을 선물하고 싶어 평소 월급의 일부를 차곡차곡 모아왔다. 그러나 효도여행은 보내드리지도 못하고 이날 사고로 가스폭발로 얼굴을 비롯한 상반신 전체에 3도 화상을 입고 고통에 몸부림치며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아내는 “한국에서는 공사 현장 중 지하철 공사장이 그나마 안전하다고 들어 마음 편히 남편을 일터로 내 보냈는데 이렇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며 “무엇보다 노부모들에게 이 사실을 전달 못 했다. 매우 놀라실 텐데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고 흐느끼듯 말했다.
이날 사고로 사망한 근로자 S씨(52)는 딸의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하려고 공사장을 일터로 삼았던 아버지다. 그는 매일 새벽 고양에 있는 집에서 현장까지 50㎞가 넘는 거리를 달려 일을 나왔다.
가족을 위한 돈을 번다는 생각에 힘든 내색조차 없었던 그를 현대병원 영안실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확인한 유가족들은 참담한 마음으로 말을 잇지 못하며 울분을 토해냈다. S씨 조카는 “평소 너무나 좋으셨던 큰아버지”라며 “얼마 전 다니던 회사를 관두시고서 생계유지를 위해 새벽같이 공사장으로 향했었다”고 전했다.
사망자 Y씨(62)의 두 딸도 응급실 안에서 “불쌍한 우리 아빠”라며 연신 눈물을 쏟아냈다. Y씨의 아내는 “30년 넘게 공사판에 돌아다니며 노동자로 일하다 이제는 은퇴 후 집에서 쉴까 했는데, 이 꼴로 되돌아왔다”고 가슴을 치며 울었다.
화상과 뇌진탕 증상을 보이며 현대병원에 입원한 근로자 H씨(60)의 아들도 괴롭긴 마찬가지였다. 아들은 얼굴을 붕대로 감은 채 의식을 차리지 못하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비통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아버지의 사고를 아침 뉴스를 보던 중에 접했다”며 “아버지가 40년 넘게 건설현장에서 일했다”며 고개만 푹 떨어뜨렸다.
조철오·여승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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