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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론] 우리는 틀렸다?

우리는 틀렸다. 분명한 것은 어쨌든 사람들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삶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을 잘못 아는 게 삶이다. 잘못 알고, 잘못 알고, 그리고 주위를 기울여 다시 또 잘못 안다. 그게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을 아는 방법이다.

우리는 틀렸다. 참으로 단호한 말이다. 오늘 같은 시대에 ‘우리가 틀렸다’라고 선언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닐 지언데 유독 이 문장이 마음에 와 닿는다. 위 문장은 작년에 타계한 현대 영미문학의 전설이자 작가들의 작가인 필립로스(Phillip Milton Roth)의「에브리맨(Everyman, 보통사람들)」에 나오는 문장이다.

2019년 한 해 우리는 얼마나 틀렸을까? 우리 주위의 사람들을, 환경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있다는 과신(過信)으로 인해 얼마만큼의 과오를 범하고 후회를 하였을까? 2019년 한 해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새로운 계획과 기대 그리고 희망으로 시작한 올 한해도 지고 이제 또 다른 계획과 기대를 품어야 할 2020년 한 해를 맞이하여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올 한해 우리 사회는 국내외 정치적으로는 자신이 속한 조직의 이념은 무조건 옳고, 다른 조직의 그것은 조건적으로 배척하는 등 극단적인 진영논리(陣營論理)가 점철(點綴) 되었다. 이러한 진영논리는 정치권을 넘어 우리 일반적인 사회생활에서도 혐의, 협치, 양보 및 배려심은 진영논리에 파묻혀 버리는 듯 한 느낌이 든다. ‘통즉불통(通則不痛), 불통즉통(不通則痛)’ 이라는 말이 있다. 직역을 하자면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는 뜻으로 한의학에서 사용되는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생각의 차이에서, 더 나아가 이념의 갈등으로 인한 분열을 치유할 수 있는 소통과 화합 그리고 협력의 중요성을 대변하고 있는 말로도 인식할 수 있다.

최근 방송 그리고 각종 언론에서 굶주림을 참지 못해 초등생 아들과 함께 먹을 것을 훔치다 적발된 현대판 ‘인천 장발장 사건’에 수갑 대신 국밥을 건넨 인천중부경찰서 영종지구대 이재익 경위의 선행이 연일 화제다.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는 위기가정을 발굴하고 긴급복지 지원서비스를 위해 매월 실시하는 ‘희망풍차 긴급지원 솔루션위원회’를 하다 보면 참으로 가슴 아픈 사연들을 많이 접수하게 된다.

이번 ‘인천 장발장 사건’이 회자되고 있는 이유는 이재익 경위의 법과 원칙만을 내세워 체포를 하지 않고 진심으로 사람으로 대하고 그 부자(父子)의 고통을 이해하고자 했음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비단 이경위의 선행 외에도 잘못을 흔쾌히 용서해 준 마트 주인, 사건 이후 도움을 주고 싶다고 연락하는 시민들의 온정은 우리 사회가 희망이 있는 따뜻한 사회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소통과 화합이 결여된 사회에서 정치, 경제, 사상의 양극화로 치닫는 오늘날의 반목과 갈등이 우리의 삶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는 생각, ‘통(通)’하지 못함으로 인한 ‘통(痛)’이 만연한 이 불행한 사회라는 낙담, 각자 살길을 도모한다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이란 말이 어느덧 자연스러워진 우리들 삶에서의 확신... 하지만 우리는 틀렸다.

사람들을 잘못 아는게 삶이다. 잘못 알고, 또 잘못 알며, 그리고 주의를 기울여 다시 또 잘못 안다. 아직 우리 사회는 희망이 존재하는 따뜻한 사회일 수 있으며 소통과 화합 그리고 협력을 통해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가치의 중요성이 존중될 수 있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이경호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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