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번이 낙방… 친척들 만나기도 부담
공무원 학원, 자습실 개방·특강 운영
“설 연휴 동안 경쟁자들은 책 보면서 공부할 텐데…저만 고향에 내려가서 시간 낭비할 순 없죠.”
민족 최대 명절인 ‘설 귀성길 전쟁’이 시작됐지만, 공무원시험 준비에 매진하는 이른바 ‘공시족’은 명절 귀향도 포기한 채 학업에 열중하고 있다.
20일 만난 A씨(34)는 서울에서 무려 5년째 소방직 공무원 채용시험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A씨는 대학에서 컴퓨터공학 관련 학과를 전공했으나 흥미를 느끼지 못해 대학 졸업 후 뒤늦게 소방공무원 시험 준비에 뛰어든 ‘늦깎이 공시생’이다. 남들보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늦게 시작한 것도 모자라 벌써 5년째 합격 문턱에 다가가지 못하고 있는 A씨는 이번 설 명절에 고향인 용인을 찾지 않기로 했다.
A씨는 “서울에서 용인으로 직행하는 버스가 있어 마음만 먹으면 간단하게 고향으로 내려갈 수 있지만, 수년 동안 번번이 낙방만 거듭하는 내 모습을 친척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며 “설 명절에는 귀향하는 대신 학원 자습실에 남아 열심히 공부에 집중, 올해 상반기에 있을 시험에 합격한 뒤 당당하게 고향으로 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수원에서 행정직 공무원 시험 준비에 열중하고 있는 B씨(31) 역시 이번 설에는 고향인 광주광역시를 찾지 않을 계획이다. B씨가 다니는 공무원시험 학원도 이런 수요에 발맞춰 설 당일(25일)을 제외한 나머지 연휴에 모두 자습실을 공시족에게 개방하기로 했다. 이에 B씨는 설 연휴 동안 인터넷 강의와 자습 등으로 공부 리듬을 이어갈 예정이다.
B씨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 공무원 채용 규모가 늘어나고 있어 공시족 사이에서도 이번 정권이 끝나기 전 합격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며 “고향을 왕복하고 친척 등과 만나 안부를 나누면서 시간을 허비하는 것보다 학원 자습실에서 기출문제 푸는 게 낫다”고 말했다.
실제 잡코리아ㆍ알바몬이 20세 이상 성인남녀 3천390명을 대상으로 ‘설날 계획’ 주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설문에 참여한 응답자 59.1%가 ‘나 혼자서 이번 설 연휴를 보내고 싶다’고 답했다.
한 공무원시험 학원 관계자는 “정부가 새해 첫 혁신회의에서 오는 2022년까지 경찰ㆍ소방ㆍ사회복지 등 현장 민생 공무원 10만여 명을 충원키로 결정, 올해 상반기 공무원시험에 공시족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공시족의 요구가 많기 때문에 대다수 학원이 자습실 및 특강 등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분석했다.
채태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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