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자 감염병 유입 차단을 위해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격리, 검역을 강화하는 국가가 이미 100개국을 넘어섰다. 초기 중국지역에 제한되어 단기적으로 끝날 거라는 기대와 달리 아시아와 중동, 유럽, 북미, 오세아니아까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국면 장기화가 불가피해 졌다. 가뜩이나 국내외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19가 몰고 올 글로벌 충격이 염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수출중소기업이다. 중국산 부품의 불완전한 수급문제 해결과 감소폭이 확대되는 중국수출물량을 대체하려면 해외로 발길을 돌려야 하는데 대상 국가들의 입국 규제로 발이 묶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어버렸다. 코로나19로 전례가 없이 국제적으로 고립도가 커가는 상황에서 우리 수출중소기업이 수출을 유지, 확대할 대응방안들을 생각해 보자.
첫째로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기존거래처를 잘 지켜야 한다. 수출자의 입장에서 기존거래처만큼 거래의 규모와 안전성을 보장해 주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거래선을 지키려면 절대로 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여 주어서는 안 된다. 필자도 한때 구매업무를 담당할 때 거래처가 어려워지면 계약이행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AS 대응에 문제가 없을지, 앞으로 지속 가능한 거래가 될지를 고민했었다. 바이어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그런 분위기가 느껴지면 돌아선다. 아무리 힘들어도 흔들림 없이 당당해야 기존거래처의 이탈을 막을 수 있다.
둘째로 기존 거래방식을 고집하지 말고 유연해 져야 한다. 내가 주장한 거래방식 탓에 성사되지 못했던 과거에 만났던 바이어들을 기억해 내어 보라. 어쩌면 그들이 가장 확률이 높은 잠재바이어다. 그들은 B2B가 아닌 B2C를 원했을 수 있고, 자사 브랜드가 아닌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을 희망했을 수 있다. 수출기업이 운영하는 현지매장도 한국인 파견이 어렵다면 폐쇄보다 위탁운영으로 전환해 볼 수 있다. 또한, 기존 딜러나 에이전트와 법적 문제가 없다면 다양한 방식으로의 변경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온라인을 활용한 수출마케팅에 집중해야 한다. 비단 코로나19라는 상황 때문에 강조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우리 사회는 디지털로의 전환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물품거래만을 위한 오픈 플랫폼부터 소셜네트워크 플랫폼까지 다양한 온라인베이스의 도구가 마케팅에 활용되고 있다. 2003년 사스를 계기로 전자상거래가 급성장했듯이 이번 코로나19로 전자상거래가 다시 비약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많은 전문가가 보고 있다. 온라인 수출마케팅을 시급히 해야 하는 이유다. 한편 사회적 거리두기는 수출현장도 예외가 아니다. 온라인으로 연결하여 화상 수출 상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스카이프, 카카오톡, 위챗만 설치하면 언제 어디서든 상대방의 얼굴을 보면서 상담을 할 수 있다. 온라인을 수출거래와 바이어 발굴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앞서 기술한 대응방안들을 수출중소기업이 외부 도움 없이 자력으로만 하기에는 무리다. 유관기관의 도움이 필요하다. 경기도는 중소기업의 수출이 많은 9개 나라 12개 지역에 있는 경기비즈니스센터(GBC)를 통해 도내 수출중소기업을 돕고 있다. 비록 지금은 터널에 갇혀 나가지도 들어오지도 못하는 상황이지만, 경기도가 해외에 설치한 공적네트워크를 잘 활용하여 고립의 터널에서 빠져나올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힘을 보탠다.
이계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글로벌통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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