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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경제] 무너지는 글로벌 가치사슬

임기수
임기수

코로나19로 인한 한국경제의 암운(暗雲)이 생각보다 짙게 드리우는 듯하다. 지난 4월 말 주요 대외경제정책의 일관된 추진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홍남기 부총리는 4월(1일~20일)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9% 감소하였음을 언급하며, 향후 우리 경제가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앞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경제적 충격이 얼마나 클지 짐작 가능한 대목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은 소비심리의 감소에서도 이미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의 ‘2020년 4월 소비자 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이달의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달보다 7.6% 하락한 70.8%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2월(67.7%) 이후 가장 낮은 수치라고 하니 국민은 홍 부총리보다 경기침체를 빠르게 느끼는 듯하다.

그렇다면, 극심한 경기침체의 늪에 빠진 우리 경제를 위한 탈출구는 없는 것인가? 실마리는 제조업의 비중에서 찾을 수 있다. 기획재정부에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은 27.8%로 우리와 유사한 경제구조를 가진 독일(21.6%), 일본(20.8%)보다도 5%가량 높으며 주요 선진국인 미국(11.6%)과 영국(9.6%)보다는 2배 이상 높다고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제조업이 ‘굴뚝 산업’, ‘3D산업(Dirty, Dangerous, Difficult), ‘후진적 산업’으로 인식되며 내국민이 취업을 기피할 정도였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비중을 유지하고 있었다. 암울한 시기에 참으로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의 높은 제조업 비중은 코로나19의 효과적 통제에 큰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 긍정적 효과 몇 가지를 꼽아보자.

첫째, 제조업은 서비스업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인적 교류가 적은 분야이다. 우리나라의 서비스업 의존도는 62%로 미국(80%)ㆍ스페인(75%)ㆍ독일(69%) 등보다 매우 낮다. 이는 전염병 확산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음을 의미하고 우리가 도시 봉쇄 등의 극단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전염병 감염을 통제할 수 있는 요인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나라안에 위치한 여러 제조기업을 활용하여 예기치 못한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였다는 것이다. 마스크를 예로 들어보자. 코로나19의 감염 예방을 위해서는 마스크 착용은 필수이다. 그러나, 해외 여러 나라에서는 이를 조달하지 못해 감염병 치료기관인 병원 관계자들조차 면 마스크를 오랫동안 사용하였다. 그에 비해 우리 국민이 비교적 마스크를 원활히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국내에 100여 개의 마스크 공장이 가동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바이러스의 종식 후에도 글로벌 경제체계에 많은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한다. 그동안 기업의 효율적 가치 창출을 위해 활용되었던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 전략은 더이상 기업가치 창출의 기본 전략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코로나 이후에는 제조ㆍ생산망을 자국에 유치하는 리쇼어링(본국 회귀)이 세계적 흐름으로 자리매김하며 글로벌 분업체계는 낮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가치사슬(GVC)의 약화는 무역의존도가 70%(2018년 기준)가 넘는 우리나라로서는 그리 달가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새로운 경제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화에 대한 빠른 적응이 필요하다. 또한, 타국의 기업이 가질 수 없는 기술 개발에 전념해야 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한국의 진단키트를 전 세계가 원하는 것처럼 말이다.

임기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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