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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가 새벽에 끝났네요”...코로나19 장기화에 설 자리 잃은 일용직

“또 일이 없다네요. 오늘 하루도 이렇게 새벽에 끝이 났습니다.”

지난 5일 오전 5시께 용인시 기흥구의 G 인력사무소. 희붐한 이른 새벽의 기운이 가득한 이 공간에 사무소 직원이 등장하자 순식간에 스무명 남짓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신분증과 이수증을 제출한 이들은 자연스레 사무실 한쪽에 마련된 소파로 향했다. 모두 인력사무소의 호출을 기다리는 일용직 구직자들이다.

전날에도 허탕을 쳤다는 임승규씨(66ㆍ용인 기흥구)도 그 중 한 명이다. 임씨는 지난달에도 수입이 60만원에 불과했다. 7월 말부터 8월 내내 이어진 장마에 현장을 나가지 못한 탓이다. 임씨는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인부들의 삶은 비참하기만 하다”며 “오늘도 빈손으로 집에 돌아갈 순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시곗바늘이 오전 5시30분을 가리키자 일감 배당이 시작됐다. 그러나 이곳을 찾은 20여명 중 절반만이 수원, 평택 등지 건설 현장으로 향하는 승합차에 탈 수 있었다. G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상황이 상황인 만큼 건설현장 자체가 줄었고, 덩달아 일감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올해는 사무실 청소 같은 잡일조차 없다”며 “빈손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구직자들을 볼 때면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수원시 팔달구 K 인력사무소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이곳을 찾은 16명의 구직자 중 7명에게만 일이 주어졌다. 사무소에는 경영난에 내몰린 자영업자와 취업시장에서 실패를 맛본 취업준비생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수원 파장동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L씨(44)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면서 저녁 장사가 막히자 이곳을 찾았다고 토로했다. L씨는 “가장 피크 타임인 오후 9시에 가게 문을 닫다 보니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다”며 “일단 가게 월세라도 내고자 부업으로 일용직을 구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중장년층이 즐비한 구직자들 사이에서 앳된 모습의 취업준비생 P씨(27ㆍ화성시 병점동)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이직을 준비하던 중 코로나19가 터졌다”며 “언제까지 사태가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어 아침 일찍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일용직 근로자들의 한숨은 통계로도 증명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 동향’을 보면 일용직 근로자 수는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 4만4천여명 줄었다. 코로나19 사태로 공사 현장의 인원 감축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일용직 근로자들의 설 자리가 좁아진 것이다. 최근 이어진 최장기간 장마도 ‘일감 구하기 전쟁’을 더욱 심화시켰다. 통상 건설현장은 날씨에 따라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인력사무소 역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공사 현장 자체가 줄어들면서 근로자들을 보내고 받는 소개비 명목의 수수료를 챙기지 못하고 있어서다. K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시작된 일감 전쟁에 구직자들은 물론 인력사무소까지 모두가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해령ㆍ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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