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튼튼한 몸은 아버지가 물려주신 덕분인데, 이렇게라도 제 몸의 일부를 드릴 수 있어 자랑스럽습니다.”
여군으로 군 생활 중인 딸이 아버지를 위해 간 일부를 기증한 따뜻한 사연이 전해지며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주인공은 육군정보통신학교에서 대위지휘참모과정을 교육받고 있는 이승은 대위(30)로, 그는 아버지의 건강이 악화되자 간 기증을 결심했다.
이 대위의 아버지는 용인동부경찰서 중앙지구대 소속 순찰팀장인 이양선 경위(59)다. 이 경위는 지난 2018년부터 간암 초기 증세를 보여 5회에 걸쳐 색전술 등 치료를 병행해왔으나 지속적으로 암세포가 재발해 간 이식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더구나 B형간염 보균자였던 아버지는 가족 외 간을 이식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건강이 악화되는 아버지의 모습에 이 대위는 간 기증 적합확인 절차를 통해 자신의 간이 아버지와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이 대위는 평생 환자복 한번 입어보지 않았지만 수술을 결심하기까지 두려움은 없었다. 비록 간의 70% 이상을 기증해야 하는 큰 수술이었지만, 그저 아버지가 간 이식 수술을 통해 건강한 삶을 사시기만을 생각할 뿐이었다.
당시를 회상하던 이 대위는 “그저 아버지가 간 이식 전이나 후나 다를 바 없이 건강하게 사시기 만을 바란다”고 했다.
수술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 씨는 아버지의 “미안하고, 고맙다”는 한마디를 잊지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수술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수술 도중 이 경위의 혈액이 응고되는 사태가 벌어진 탓에 수술시간은 예정보다 길어져 촌각을 다퉜다. 자칫 이 씨가 기증한 간이 괴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15시간에 걸쳐 수술을 마친 이 경위는 지난달 26일, 딸 이 대위는 조금 앞서 19일에 각각 퇴원했다.
‘가족과 평생을 함께하고 싶다’는 딸 이승은 대위는 “수술을 잘 마친 만큼 아버지가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했으면 한다”면서 “아버지에게 간을 기증한 것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자부심을 갖고 살아갈 것”이라고 했다.
한편 딸의 간 기증으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이 경위는 1년 남짓 남은 경찰 생활을 위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용인=강한수ㆍ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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