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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면서] 베르테르의 슬픔

오늘 아침에도 여전히 폭염이 맹위를 떨친다. 거리두기 4단계까지 겹쳐 답답한 집콕생활을 필자는 노래 연습으로 달래고 있다. 프랑스 쥘 마스네의 오페라 ‘베르테르(Werther)’에 나오는 “왜 나를 깨우는가(Pourquoi me reveiller)”라는 테너 아리아다.

베르테르는 유부녀인 샤를 롯데(Charlotte)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한다. 베르테르의 영혼과 정신과 몸은 오직 롯데에게만 빠져 있다. 직장의 상관과 백작 등 주변의 조언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베르테르는 롯데로부터 생일선물로 책을 받곤 추억과 공상에 들떠 버렸다.

최근 정부는 13개월 만에 복원된 남북 통신선 개통으로 들떠 있다. 마치 롯데로부터 생일선물을 받고 들떠 있는 베르테르와 같다. 김여정이 “연합훈련은 재미없는 전주곡이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자 정부와 여당은 납작 엎드린다. 적을 감시할 국정원장과 범여권 국회의원 74명이 앞장서서 훈련 연기를 촉구한다. 결국 정부는 연합훈련의 규모를 줄이고 핵심인 ‘반격 단계’를 생략해 ‘허울뿐인 훈련’으로 전락시킬 모양이다.

현 정부가 연대급 이상 한미연합연습 및 훈련을 실기동(FTX)을 생략하고 컴퓨터 모의훈련으로 해온 것이 3년째다. 주한미군은 통상 1~2년 근무하며, 3년이 되면 대부분 교체된다. 한미연합군은 8월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통해 작전계획을 익힌다. ‘전쟁은 피를 흘리는 훈련이고, 훈련은 피를 흘리지 않는 전쟁’임에도 한미연합군은 작전계획조차 제대로 훈련하지 못하고 있다.

도쿄 올림픽은 5년간 피땀 흘린 전사들이 금빛메달을 향해 싸우고 막을 내렸다. 메달은 오직 피나는 훈련의 결과로 나타난다. 9년째 세계정상을 지킨 양궁도 오직 과녁만 맞히는 실전적 훈련의 결과다. 만일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매달리면서 으름장에 겁먹어 실전훈련을 하지 않고 컴퓨터 시뮬레이션 훈련만 했다면 어찌 되겠는가?

남의 여자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한 베르테르는 결국 권총으로 자살한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다. 문학세계에서는 베르테르의 슬픔이 통한다. 그러나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는 국가관계에서 일국의 지도자가 적국의 지도자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한다면 어찌 되겠는가?

아들뻘 적국 지도자는 노회하게도 겉으론 사랑의 편지를 보내 평화쇼를 벌인다. 속으론 핵미사일을 강화하면서 간첩에게 지령을 내려 자기에게 치명적인 F-35A 스텔스기 도입을 반대하고 지하당을 조직하라고 한다. 베르테르처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매달리면서 짝사랑에 빠져 있는 아버지뻘 상대에게 으름장까지 논다. 베르테르의 슬픔이 아니라 나라의 슬픔이요, 대재앙이다.

김기호 둘하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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