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건강·기저질환 따라... 필요한 영양성분·용량 달라
블로거·유튜버의 광고 아닌, 약사와 상담 통해 선택해야
끝날 것 같지 않던 무더위가 지나고, 어느덧 가을의 문턱에 다다랐다. 갑자기 떨어진 기온에 영양제 문의를 하는 환자들이 평소보다 많아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실제로, 일차 보건의료의 관리자(primary healthcare manager) 역할을 하는 약국에서 지난 한 해 동안 판매된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된 비타민 또는 미네랄 영양제’ 총 매출액은 약 2천406억원이었다. 여기에 인터넷 몰이나 대형마트, 홈쇼핑 등에서도 판매되는 건강기능식품, 기타가공품으로 분류된 영양보조제까지 더한다면 그 금액은 훨씬 더 많이 늘어날 것이다.
작년 매출 자료를 살펴보면 멀티비타민 중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비타민 B군 제제 Top 10(1천16억원)과 종합비타민제 Top 10(711억 원)을 합한 총 20품목이 차지하는 매출액이 1천727억원에 달했다. 전체 매출액 대비 약 71.8%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더욱 놀라운 건 이중 절반 이상인 1천012억원은 광고하는 지명구매품목이거나 바이럴마케팅 효과를 본, 단 4개 제품의 매출이었다는 점이다. 비전문가인 블로거나 유튜버들의 소위 “내가 먹어보니 좋았다!”, “정가 얼마인 제품을 이만큼 할인해 준다”라는 말에 휩쓸려 너도나도 유행처럼 그들이 말하는 제품을 따라 사니 이런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그렇다면 특정 제품 한두 가지가 온 국민에게 공통으로 최선의 비타민 영양제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대 그렇지 않다. 위가 튼튼한지 아닌지와 같은 개인의 체질, 건강상태에 따라, 고혈압 당뇨 등의 기저질환에 따라, 그리고 식습관이나 운동과 같은 생활 습관에 따라 개개인의 각기 필요한 영양성분과 그 용량이 달라진다. 누군가는 비타민 B군이 고함량으로 들어 있는 비타민제여야만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고, 1일 1회 복용이라는 간편함에 꾸준히 영양성분을 섭취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위장관이 약하거나 노약자와 같이 필요 섭취량이 성인과 다르다면 고함량보다는 적당한 함량의 비타민제를 하루 2~3회에 걸쳐 나눠 복용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또 다른 예로, 제산제나 특정 당뇨약을 복용 중이라면 비타민 B12의 흡수에 방해를 받게 되는데, 신경병증이 발생하거나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려면 다른 이들보다는 비타민 B12의 함량이 높은 제품을 복용해야만 한다. 평소 알콜섭취가 많다면 티아민을, 골밀도가 부족하다면 칼슘과 비타민D가 포함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처럼 내 몸이 필요로 하는 비타민 영양제는 광고를 가장 많이 하는 제품도, 할인을 제일 많이 해주는 제품도 아니다. 이웃 아무개씨가 먹어보니 좋았다고 나에게도 최선일 것이란 보장은 없다. ‘개인맞춤(Personalized, Bespoke)’이 새로운 트렌드가 된 요즘, 가까운 단골약국의 약사와 상담하여 내 몸에 BESPOKE한 비타민 영양제를 선택하길 바란다.
김혜진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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