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서 경매하는 물건 중에는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이 함께 존재하고 있는데도 토지에 대해서만 경매가 진행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주로 토지에 대해 근저당권을 설정할 당시 그 지상에 이미 미등기 상태의(무허가) 건물이 있는 경우 건물에 대해서 근저당권 설정 등기를 경료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발생한다.
이처럼 토지와 건물이 동일인의 소유였다가 토지에 대해서만 경매가 진행되어 낙찰자에게 소유권이 넘어감으로써 결과적으로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다르게 되었을 때 민법은 건물의 소유자를 위해 지상권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는데, 이를 법정지상권이라 한다. 이렇게 건물에 대해 법정지상권이 발생하면, 토지를 낙찰받은 사람은 건물 소유자를 상대로 건물의 철거를 요청할 수 없고, 단지 건물 소유자를 상대로 지료만 청구할 수 있게 된다.
경매절차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이 토지를 낙찰받아도 법정지상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응찰을 망설이게 되고, 여러 차례 유찰을 거쳐 터무니없는 낮은 가격에 매각됨에 따라 경매신청 채권자 등에게 배당할 금액이 감소해 채권자들이 불측의 피해를 입기도 한다.
이런 점을 노려 일부는 토지 위에 미등기의 가설건축물(건축법시행령 제15조에 해당하는 건축물)을 지어 놓고 경매의 진행 과정에서 법정지상권이 발생할 것처럼 주장하면서 낙찰자에게는 가설건축물을 철거하고 나갈 테니 거액의 보상금을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런데,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려면 경매절차에서 매수인이 매각대금을 다 낸 때까지 해당 건물이 독립된 부동산으로서 건물의 요건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독립된 부동산이 되기 위해서는 건물은 토지에 정착돼 있어야 한다. 가설건축물은 일시 사용을 위해 건축되는 구조물로서 설치 당시부터 일정한 존치기간이 지난 후 철거가 예정돼 있어 일반적으로 토지에 정착되어 있다고 볼 수 없다. 민법상 건물에 대한 법정지상권의 최단 존속기간은 견고한 건물이 30년, 그 밖의 건물이 15년인 데 비해 건축법령상 가설건축물의 존치기간은 통상 3년 이내로 정해져 있는 점에 비춰 보면, 가설건축물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독립된 부동산으로서 건물의 요건을 갖췄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가설건축물의 소유자에게는 법정지상권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 주의를 요한다.
심갑보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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