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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경제] 익숙한 것과의 결별?

지난해 찰스 굿하트 런던 정경대 명예교수와 경제학자 마노즈 프라단은 저서 ‘인구 대역전’을 통해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찾아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1990~2000년대에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국가 인구가 젊었고, 이들 국가의 저임금 노동자들이 제품을 생산하면서 글로벌 물가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었지만, 앞으로는 어렵다는 요지다. 더 나아가 미국을 중심으로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는 자금 부족으로 시장금리를 높인다는 결론을 낸다.

미국 베이비부머 세대(1946~1964년 출생)는 저축에서 부채를 차감한 순저축 금액이 나머지 세대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그 동안은 이들이 공급한 저축(자금)이 저금리를 뒷받침했지만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함에 따라 저금리 동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다른 기술혁신으로 생산성이 높아진다면 재차 금리를 짓누를 수 있겠지만 일단 현재는 그동안 저금리를 만들어낸 요인들이 약화되는 단계로 파악된다.

최근 발표한 미국 1월 CPI(소비자 물가지수)는 지난해 대비 7.5%나 상승하며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물가 상승을 주도한 것은 식품과 에너지, 의료 서비스인데 임대료를 비롯한 나머지 품목 가격 상승률도 낮지 않았다. 경제 전반에 걸친 가격 상승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산업 전반에 걸쳐 연쇄 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 식품 소비자 물가는 코로나19 이전보다 11.4%나 상승했다. 이는 비료가격 상승을 반영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수입비료 가격은 지난 1년 사이 무려 2.3배나 올랐는데 아직 상승세가 끝나는 신호가 없다. 미국 CPI에서 비중이 32%로 가장 큰 임대료 역시 상승세를 보일 전망이다. 임대료는 보통 주택 매매가격보다 시차를 두고 늦게 움직인다. 미국 주택 매매가격이 크게 상승했음을 감안하면, 올해 임대료 가격 상승세는 계속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미국 노동자의 실질 소득은 임금 상승에도 불구하고 감소했다. 1월 시간 당 평균임금은 지난해 대비 5.7%나 상승했지만, 물가를 고려한 실질 임금은 오히려 1.7% 감소했다. 자칫하면 임금 상승 등 비용 증가로 기업이 제품 가격을 인상하고, 이를 소비자가 부담하며 노동자들이 실질 임금을 높이기 위해 재차 임금 상승을 요구하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

글로벌 물가는 코로나19에 따른 생산 차질,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 등이 더해지며 고공 행진을 지속 중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상반기 중에 물가 상승률이 정점을 통과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이는 물가의 절대 수준이 낮아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물가의 상승 속도가 둔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온라인 산업의 등장과 기술 혁신, 신흥 제조국의 값싼 제품 공급으로 누려왔던 저물가 환경이 지나가고 인플레이션 환경이 다가오고 있을 수 있다.

과거 익숙했던 저금리 환경에서 벗어나 인플레이션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경제와 금융시장은 종종 혼란과 혼동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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