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났다. 전체적으로 국민의힘이 이긴 선거이고, 유권자들은 여당의 국정지도력을 안정화시키는 데에 힘을 보탰다. 경기도의 경우 더불어민주당의 김동연 후보가 지사로 당선돼 도정 인수 준비에 정성을 쏟고 있다. 희비가 뒤바뀌는 개표 결과, 결코 크지 않은 차이로 당선인에게 승리를 안겨 준 것은 자만해지지 말 것을, 우쭐해서도 안 된다는 주문을 한 듯하다. 또 경기도의회 의석수가 절묘하게 여야 동수로 배분된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우연이라 치부할 것이 아니라 유권자 도민의 뜻을 살펴 도정의 이정표로 삼아야 한다.
무엇보다 도의회 의사결정에서 협치의 정치력과 리더십이 절실해질 것이다. 다수결에 의존하는 의사결정방식으로는 일을 내지 못할 것이다. 상급기관의 권위, 말하자면 광역지자체의 실체적 지위를 내세워 밀어붙이는 방식도 잘 통하지 않을 것이다. 경기도 여야는 서로 협의하며 도민의 행복과 성장을 위한 길을 궁리해야 한다. 더 좋고 더 옳은 방법을 찾는, 그것도 제시하니 따라오라는 식이 아니라 그 방법을 함께 탐구하며 지식과 지능을 모아 결정하고 실천하는 협치 도정(協治 道政)을 펼쳐야 할 것이다.
야당의 지형에 속한 경기도로서는 여당의 국정 지도력과 영향을 살펴야하고 여당이 이끄는 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와 협의하며 메가시티 초광역권 전략 등 광역행정 제반에 있어 경기도의 특별한 역할을 찾아야 한다. 정부 간 관계에서 잘 작동되는 다층거버넌스를 구현하는 것도 경기도가 풀어야 하는 협치 과제다.
한편, 우리의 협치 담론이 주로 제도권 내 조직들 간이나 정당들 간에 일을 타결 짓는 것으로 좁게 말해지는 것은 마땅치 않다. 협치의 백미는 시민과의 협치, 시민사회와의 협치다. 시민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일을 그렇게 하도록 하는 데에 있다. 요컨대, 협치는 시민의 자치와 자율을 자라게 해 행정과 정책의 신중한 파트너가 되도록 하는 데 있는 것이다.
시민 협치는 소수당이 도의회에 전혀 진출하지 못한 여건에서 다양한 도민 의사를 살피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의석수가 동일한 도의회에서 제3의 의안을 만들어가는 데에도 유용할 것이다. 시민 협치를 중대 도정 사안들 모두를 반드시 시민 숙의를 거쳐 결정해야만 하는 것으로 도식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시민을 단지 동원 대상으로 삼는 행정이나 시민과 숙의하고 결정하는 기회를 애써 배제하는 행정은 안 되지만, 대의제로 처리해야 할 사안과 숙의로 풀어야 할 사안을 구별하고 사태에 맞게 병행·혼합하는 시민정치 리더십은 필요하다.
원준호 한경대학교 교수·한국NGO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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