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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 칼럼] 유동규의 입, 이재명을 계산하듯 겨냥하다
오피니언 김종구 칼럼

[김종구 칼럼] 유동규의 입, 이재명을 계산하듯 겨냥하다

모든 의혹의 정곡 찌르는 폭로
인정 땐 법정형 높은 重범죄들
검찰 회유 주장, 방어策 안 돼

올 초까지 대검 최고위 간부였다. 중요 사건을 지휘 감독했다. 대장동 사건도 거기 있었다. 검수완박 논란 와중에 퇴임했다. 이제 평범한 변호사다. 밥자리가 있어 물었다. ‘깊은 부분은 말 안 해도 좋다. 대장동 수사가 결실을 볼 것이라고 보는가.’ 그가 대답했다. “일당들이 자크(손으로 입을 가로 지르며)를 채웠다. 수사할 방법이 없지 않나. 최선이었다.” 다시 물었다. “진술이 나왔는데 덮은 것은 없었나.” 다시 대답했다. “절대 없다. 그들이 진술 한 것은 모두 했다.”

이재명 대표 쪽에서는 진술이 바뀌었다고 주장한다. 유동규는 진술을 바꾼 적 없다고 주장한다. 어느 쪽이 맞나. ‘전직 대검 간부’의 앞선 소회에 힌트가 있다. ‘자크를 채우고 있었다’고 했다. ‘그들이 말한 건 다 수사했다’고 했다. 지금 수준의 진술이 그땐 없었다는 얘기다. 그가 퇴임한 5월 말까지는 그랬던 것 같다. 유동규 폭로는 그 후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처음 불거지는 대장동 자금 대선 유입설이다. 이 대표 스스로 지금을 평했는데 ‘운명적 상황’이라고 했다.

이 대표조차 궁박하게 몰아가는 실체는 뭘까. 많은 이들이 대선자금을 본다. 대장동 돈이 이 대표 쪽에 흘러갔다는 주장이다. 돈의 흐름 자체는 많이 밝혀진 모양이다. -유동규가 남욱에게 돈 마련을 지시했다. 남욱이 마련한 돈을 측근이 정민용에게 전했다. 정민용이 유동규에게 전달했다-. 여기까지는 진술, 메모, CCTV가 확보된 듯하다. 남은 건 김용에게 건너갔냐다. 김용이 안 받았다면 검찰에 치명타다. 그게 아니라 받아서 대선에 썼다면 이 대표가 끝이다.

두 번째 볼 건 배임이다. 애초 대장동에서 이 대표 책임은 배임이었다. 천문학적 특혜를 가능케 한 설계가 문제였다. 이를 확실히 아는 사람은 유동규다. 그의 한마디면 이 대표의 배임죄가 곧바로 증명될 수도 있다. 출소한 유동규가 이런 말을 했다. “내 죗값만 받겠다. 이재명이 명령한 죗값은 그가 받아야 한다.” 문장의 서술어가 ‘돈’이 아니다. ‘명령’이다. 그날 유동규는 이 대표의 배임죄를 겨냥하고 있었다. 배임액 50억원 이상이면 5년 이상, 무기징역이다.

세 번째 관심은 선거법 위반죄다. 이 대표가 고 김문기 처장을 모른다고 했다. 이미 기소됐고 법원 판단만 남았다. ‘알았느냐’ ‘몰랐느냐’.... 주관적 영역이라며 널널하게들 봤다. 그런데 여기도 유동규 폭로가 덮쳤다. “김문기를 몰라? 셋이 호주에서 같이 골프 치고 카트까지 타고 다녔으면서.” 카트 안에서 있었던 대화까지 다 깔 기세다. 재판부의 무죄 선고를 원천봉쇄하는 결정타가 될 수 있다. 의원직 상실에 5년간 피선거권이 상실되는 범죄다. 대권은 끝이다.

네 번째로 성남FC 사건이다. 정진상 실장이 핵심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정 실장의 진술 없이 이 대표로 향하긴 힘들다. 검찰이 정 실장을 쫓는 것도 그래서다. 이 역시 유동규 폭로로 급발진할 상황에 처했다. “정진상이 나하고 술을 100번, 1000번을 마셨다...(정진상이) 술값 한 번 낸 적이 없다. 그것만 해도 얼마일까.” 정확하게 부정청탁금지법을 대입해서 말하고 있다. 사법 처리 대상이다. 정 실장을 엮어 ‘성남 FC’를 추궁할 무기를 검찰에 쥐여준 셈이다.

회유 의혹이 있던데.... 구속은 누구에나 고통이다. 처음에는 얼떨결에 갈 수 있다. 다시 가라면 죽기보다 싫은 게 거기다. 그런 처지에 당사자에게 형량 단축은 세상과도 바꿀 선물이다. 그런 정도의 회유는 있었지 싶다. 검찰은 펄쩍 뛰겠지만. 수사 현실의 ‘프리바게이닝(Plea bargaining)’을 종종 봤다. 여기에 옥중에서 쌓인 분노까지 겹치면서 독해진 것 같다. “천천히 말려 죽이겠다”며 막 던지고 있다. 이 사생결단에 맞설 묘수가 이 대표에게는 없어 보인다.

‘대검 간부’는 당시 수사를 옳다고 주장했다. ‘입을 다물었는데 어떻게 수사하냐’고 했다. ‘현재 검찰’은 지금 수사가 옳다고 주장한다. ‘입을 열게 하는 게 수사의 기본이다’고 한다. 굳이 정답을 고를 일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실체적 진실이다. 어떤 수사가 진실을 찾아내느냐다. ‘현재 검찰’은 유동규의 입을 열게 했다. 그리고 그 입이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믿는다. 이 대표가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그런데 거들어 줄 입이 없다. 다 자살 당하고 남은 게 유동규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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