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종도 주민들이 영종대교를 건너며 내야 했던 통행료가 마침내 사라지게 됐다. 2000년 12월 개통 이래 근 23년 만에 해묵은 민원이 풀린 것이다. 이와 함께 영종도와 인천 송도를 잇는 인천대교 통행료도 섬 주민들은 내지 않아도 된다. 바로 지난주까지만 해도 성난 주민들은 항의 투쟁을 준비했다. 3·1절 날, 차량 1천대를 몰고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에 집결할 계획이었다. 요금소를 통과할 때는 동전과 수표만으로 통행료를 낼 것이라고도 했다. 주민들은 “재정투자 도로보다 3배나 비싼 영종·인천대교 통행료를 내리려면 정부의 재정 선투자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주장해 왔다. 그 항의 집회를 하루 앞두고 정부와 인천시가 결단을 내린 것이다.
지난달 28일 인천시와 국토교통부가 정부서울청사에서 함께 발표했다. ‘영종·인천대교 통행료 인하 추진 방안’이다. 정부는 인천공항공사와 한국도로공사의 선투자를 통해 2개 교량의 통행료를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내린다. 영종대교는 오는 10월부터, 인천대교는 2025년 말부터 등 시차를 두고서다. 특히 인천대교는 현재 5천500원에서 2천원으로 내려진다. 이에 인천시는 기존의 주민 통행료 지원 사업을 더 확대해 오는 10월부터는 완전 무료화한다고 화답했다. 완전 무료화 혜택의 대상은 영종·용유 지역 및 인천 옹진군 북도면 주민들이다. 북도면도 영종도와 동일 생활권이다. 이에 시가 추가 투입해야 할 재정 부담은 영종대교 97억원, 인천대교 86억원 등 183억원 규모다.
2001년 인천공항 개항 이후 이곳 주민들은 지속적으로 과도한 통행료 부담을 덜어 달라고 요구해 왔다. 서울 나들이 한번 하려면 왕복 1만3천200원이나 든다. 주민들로서는 읍내 나들이나 마찬가지인 인천을 가는 데도 6400원이다. 인천대교도 왕복 1만1천원이다. 이에 그간은 인천시가 재정을 들여 통행료 부담 일부만 감해 줬다. 그래서 영종대교를 타고 서울을 가려면 편도만 3천400원을, 인천대교를 한 번 건너려면 1천800원을 내야 했다.
영종대교가 길목인 인천공항고속도로는 처음부터 통행료가 과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총 사업비 1조4천760억원이 들었다고는 하지만, 도로공사 고속도로의 3배 수준이다. 국가관문공항을 건설한다면서 접근 교통로는 도로, 철도 모두 민간자본으로 지었다. 마치 고속터미널을 지으면서 접근 도로 길목에서 엄청 비싼 통행세를 받는 셈이다. 시작부터 비정상이었다. 여기 사는 주민들은 더 답답했을 것이다. 대체도로도, 배편도 없으니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뒤늦었지만 잘한 일이다. 이런 게 소통이고 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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