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모 경희대 명예교수
의사 증원과 관련한 정부와 의료계의 대립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서비스의 본질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진료 분야별로 의료수가가 적정하게 책정돼야 한다.
국가의 정책적 개입 시 제기되는 큰 문제는 당해 재화나 용역 시장에서 시장 실패가 발생하느냐와 발생하면 어떤 시장 실패가 발생하느냐다. 의료서비스는 서비스 중 하나다.
특정 재화나 용역의 가격에 대한 정책적 개입에 대한 정당성은 공공재, 외부성, 독점같이 해당 재화나 용역에 대한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때다. 의료서비스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일반 서비스와 같은 사적 재화이고 국가가 개입할 치명적 시장 실패가 없으므로 가격은 양과 질에 따라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
그러나 의료서비스는 정부가 건강보험제도를 통해 가격을 관리하므로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국민이 최저한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에 정책 의도와는 달리 과잉 수요와 과잉 공급으로 귀결돼 문제만 생기면 정부에 해결을 요구하게 된다.
의료서비스는 인간의 생명과 관련이 돼 있으므로 특수하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 의료정책의 큰 문제점은 의료서비스는 복지서비스이고 건강보험이 복지로 잘못 인식돼 의료서비스를 국가가 관리해 누구나 낮은 비용으로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국민은 기대하고 정부가 오해하는 것이다. 국가관리로 더 좋은 질의 제품을 더 많이 향유할 수 있다면 다른 재화나 용역도 국가가 관리해야지 왜 의료서비스만 국가가 관리하는가?
모든 재화나 용역은 품질, 시간, 장소에 따라 가격이 다른 게 시장논리지만 현행 건강보험제도는 병원의 위치나 의사의 숙련도에 상관없이 어디나 똑같고 상급종합병원의 진료비 수가는 원가의 80% 수준이라 낮은 수가를 벌충하려 박리다매식으로 경영하고 적자가 나면 장례식장과 매점 운영 수익 등으로 손해를 메우고 있다. 따라서 의료서비스 분야별 서비스의 가격은 필수 분야나 서비스의 난이도 등을 제대로 반영해 의료 수가를 조정하는 것이 시급하다.
의료서비스는 공급자(의사)가 소비자(환자)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정보의 비대칭성에서 나타나는 역선택이 일어나는 시장 실패다. 따라서 의료인들의 진료 행위를 전문가들이 감찰하고 환자의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의 마련도 필요하다.
역선택은 비대칭적 정보의 상황에서 정보가 적은 사람이 많은 정보를 가진 사람 중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사람과 거래하게 되는 현상이다. 의료서비스와 관련한 보험시장에서 나타나는 역선택은 병약한 사람만 보험에 가입하고 건강한 사람은 가입하지 않는 현상으로 보험회사는 수익성 악화로 존립 자체를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각국은 모든 국민이 의료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나 우리처럼 전국적으로 통합할 이유는 없다.
소득재분배든 경제적 약자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든 옳은 정책 방향은 분야별로 의료서비스의 질과 양 및 난이도에 따른 공급과 수요에 따라 가격이 책정돼 차등적으로 보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냉철한 머리로 정확히 파악하고 목적 달성에 유효한 정책 수단을 제대로 세우는 것이다.
댓글(0)
댓글운영규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