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찬 새중앙침례교회 담임목사
외국인들이 한국에 여행을 오면 두 번 놀라는 일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수많은 커피숍이 있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그 커피숍들이 한결같이 예쁘기 때문이란다. 맞는 말이다. 어느덧 대한민국은 미국, 독일, 브라질…. 세계 15위 커피 소비국이 됐다. 현대인들의 삶 깊은 곳에는 커피의 향이 스며 있다. 아침이면 잘 내린 커피 한잔, 점심이면 식후 커피 한잔, 친구를 만나도 커피 한잔을 빼놓을 수 없다. 점심시간에 길거리에 나가 보면 젊은이뿐 아니라 거의 모든 사람이 손에 커피 하나를 손에 들고 길을 걷는 것을 볼 수 있다. 직장 생활의 피곤과 힘든 것을 커피를 마시면서 힘을 얻어 오후 업무를 준비하는 것이다.
올여름에 필자도 작정하고 거금을 들여 커피 공부를 했다. 수원에서 세종을 열한 번 오가며 커피의 대가를 찾아가 커피의 생성 및 맛과 향을 감별하는 것에서부터 커피를 추출하는 것까지의 과정을 열심히 공부했다. 필자가 커피를 공부하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는 ‘맛있는 커피가 무엇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왜 사람들은 어떤 커피는 맛있는 커피라고 말하고 어떤 커피는 맛없는 커피라고 말하는가. 그 기준은 무엇이고 누가 기준을 만드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컸다.
필자에게 커피를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은 첫 번째 시간에 “커피란 무엇인가”라고 질문을 했다. 필자는 “커피는 행복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선생님은 아주 훌륭한 대답이라고 말씀하시면서 ‘맛에는 사회성이 있다’라는 말로 많은 궁금증에 답을 주셨다. 어머니의 요리 솜씨가 세계 최고는 아니지만 어머니가 끓여 주는 된장국을 그리워하고 그 어머니의 된장국을 맛있게 먹는 것은 어려서부터 길들여진 맛의 사회성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어르신들은 멋진 커피숍의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잔보다 종이컵에 따뜻한 물을 담아 타 마시는 맥심 커피가 더 맛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커피는 개인 취향이 강한 기호식품이란다.
커피를 배우고 난 다음 교인 13명에게 커피를 가르쳐드리고 바리스타 자격증을 갖게 해 드렸다. 그리고 매주 토요일 오전에 만나 커피 공부를 계속하던 중 가을에 교회 앞마당에 거리 카페를 열고 지나가는 분들에게 맛있는 커피를 나누고 있다. 커피 한잔을 놓고 마주 앉아 수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자식 이야기, 동네 이야기, 나라와 정치 이야기, 북한의 오물풍선 성토와 노후의 삶 이야기…. 커피 향이 은은하게 퍼지면서 대화는 누구 하나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거나 거스르지 않아 좋다. 커피가 주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맛있는 커피를 마시면서 누군가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싶은 마음은 아무도 없다. 목사인 필자에게 뭔가를 듣고 싶은 기대가 있지만 필자는 열심히 듣다가 필요하면 또 커피를 준비해 지나가는 한 분에게 맛있는 커피 드시고 가라고 권할 뿐 말을 줄인다.
필자가 가지고 있는 커피를 대하는 자세는 첫째는 행복하기 위해 커피를 마시는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커피를 준비한다. 하나님께서 이 세상에 먹고살 수 있는 양식뿐 아니라 과일을 주신 것은 더 행복하라고 하시는 뜻이라고 믿는다. 밥만 먹으면 살 수 있고 일할 수 있는데 식후에 후식으로 과일을 먹는 것은 배고파 먹는 것이 아니다. 배부르기 위해 먹는 것은 양식이지만 행복하기 위해 먹는 것이 과일이다. 필자는 유난히 과일을 좋아한다. 다른 사람은 너무 시다며 못 먹겠다는 자두도 사과도 필자는 참 맛있게 먹는다. 그래서 아내에게 종종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서 맛없는 과일이 어딨어.’
커피는 과일 열매다. 그 과일의 씨앗을 농사해서 잘 볶아 정성스럽게 준비해 행복하기 위해 마시는 것이 커피다. 그리고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청결’이다. 깨끗하게 위생적으로 관리하고 만들어야 한다.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커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커피 기계를 다루는 과정에서 맡은 사람들이 청결에 집중하지 않으면 사람을 속이는 일이 된다. 커피 한잔 때문에 몸이 상하거나 병이 생기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겉으로는 실컷 웃으면서 행복하게 커피를 마시는데 그 커피를 담은 손이 깨끗하지 않다면 불행한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나와 내 곁에 있는 사람들, 이웃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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