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선택 前 YTN 통일외교전문기자·북한학 박사
북한군의 러시아 파견 소식으로 한반도가 흔들거리는 와중에 이른바 ‘평양 상공 무인기’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28일 평양 상공 무인기와 관련해 조사를 마쳤다면서 해당 무인기가 지난 10일 밤 백령도를 출발해 다음 날 새벽 평양 상공에서 정치 선전물을 살포했다고 발표했다. 대변인은 또 해당 무인기가 2023년 6월5일부터 2024년 10월8일 사이에 238회를 비행했는데 10월8일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한국 영내 비행 기록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우리 합참은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며 “확인해줄 수 없고, 대꾸할 필요도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북한 발표를 액면 그대로 믿을 필요는 없지만 그들이 보여준 사진 속 무인기가 한국군 무인기와 비슷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12월 북한으로 무인기 침투를 공공연하게 지시한 점, 그리고 우리 합참에서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사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군이나 민간 단체가 무인기 및 풍선을 이용해 북한으로 전단을 살포하는 것은 여러 가지로 부적절한데 무엇보다도 각종 국내법과 국제법 위반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
먼저 남북교류협력법상 무허가 물품 반출과 무허가 통신 교류에 해당할 수 있다.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에서 남북 간 적대행위 금지 조항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국가보안법에는 북한 측과 무허가 회합이나 통신 금지 조항에 해당할 수 있다.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에 군사경계지역에서 군사적 충돌을 일으킬 수 있는 행위는 금지된다는 조항에도 해당할 수 있다. 항공안전법에도 걸린다. 전단을 살포하면서 대형 풍선이나 드론을 사용하게 되는데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았다면 위반이다. 전단 살포 과정에서 헬륨가스 등 폭발성 물질은 무허가로 사용하면 위험물안전관리법 위반에 해당한다. 형법 및 경범죄 처벌법에도 위반 항목이 있다. 공공의 안전을 위협하거나 타인 재산에 피해를 줄 수 있는 행위는 금지된다.
대북전단 등 북한으로 물품을 막연하게 보내는 행위는 관세법과 무역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수출입 절차와 세금 납부 절차를 어기는 것이고 결국 관세 미납에 해당한다. 식품위생법도 문제다. 대북전단과 함께 식품이나 의약품, 생활용품을 보내기도 하는데 위생검사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위반이다. 감염병 예방과 관리법 위반에도 해당한다. 환경법 차원에서 전단과 비닐풍선 등이 자연 오염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당연히 위반이다.
더욱 심각한 부분은 국제법 위반이다. 대북전단 살포는 전형적인 심리전인 만큼 정전협정에서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 금지 조항 위반이다. 유엔 헌장에서 무력 사용 또는 위협 금지 조항, 그리고 국제인도법에서 적대적 선전물 금지 조항에 해당할 수 있다. 대북전단 내용은 국제인권 관련 규약에서 금지한 정치적 선동과 국가 간 증오 발언에 해당할 수 있다. 대북전단 살포는 일방적인 통신 행위인 만큼 국제우편 및 통신 관련 규정에도 위반이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선도국가인 만큼 국제 질서와 규범을 위반하는 것은 정체성과 품격을 훼손하는 자해 행위에 속한다. 북한이 먼저 도발하는데 우리만 법을 지킬 수 없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그러나 남과 북은 국가 역량이나 성격 등을 고려하면 격차가 매우 커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기 어렵다. 경제적으로 남과 북은 80배 정도 차이가 난다.
글로벌 중추국가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이 한계국가로 취급받는 북한과 쌍방과실로 처리되는 전단 살포 맞대결을 벌이면 당연히 한국이 손해다. 전단과 오물을 주고받는 진흙탕 싸움은 북한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게임이다. 설사 한국이 이긴다고 해도 오물을 뒤집어쓰는 낭패를 피할 수 없다.
댓글(0)
댓글운영규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