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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1 (화) 메뉴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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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면서] 계절의 선물 ‘봄나물’

송원경 식생활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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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 해도 향긋한 쑥, 쌉싸름한 맛의 냉이, 달래, 취나물, 참나물 등 싱그러운 새싹들이 봄의 전령사가 돼 우리 식탁에 찾아왔다. 새로움, 시작, 순환의 시작점에서 살랑거리는 봄바람은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봄바람은 겨울잠에서 미처 깨어나지 못한 나무를 흔들어 깨우는 것으로 우리 몸도 자연의 변화를 따르니 새싹이 돋듯 기운이 일어나는 시기다.

 

미각은 계절에 따라 변하는 음식을 통해 자연의 기운을 감지하는 중요한 감각 기관이다. 겨울 동안 익숙해진 무겁고 기름진 음식에서 벗어나 봄이 되면 자연스럽게 새롭고 산뜻한 맛을 찾게 된다. 봄에 돋아나는 새싹은 만물을 소생시키기 위한 풍부한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으며 특유의 강한 향을 지닌다.

 

봄나물이 전하는 맛과 향을 느끼는 것은 몸이 자연에 적응하는 과정이다. 봄나물의 쌉싸름한 맛은 나른한 봄철 피로를 덜어주는 역할을 하니 씁쓸한 맛을 통해 우리 몸에 신선한 힘을 불어넣는 것이다. 특히 쓴맛의 음식은 겨울 동안 쌓인 독소를 풀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봄철에 먹으면 좋다. 먹을 수 있는 풀이나 나무의 싹과 잎, 또는 그것을 조리한 찬을 의미하는 나물은 들나물, 산나물, 재배 나물, 바다나물(해초) 등 다양하다.

 

봄나물은 단순한 제철 식재료를 넘어 자연이 주는 생명력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음식문화의 일부로 자리하고 있다. 나물(羅物)이라는 단어에서 ‘나(羅)’는 신라를 뜻한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나물문화는 오랜 역사를 가진다. 나물문화는 단순한 식재료 활용이 아니라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귀중한 먹거리로 자리 잡았다. 특히 농경사회에서는 봄나물이 생존과 직결된 중요한 음식으로 겨우내 저장한 곡식이 바닥날 즈음 들녘과 산에서 자라난 나물들은 부족한 영양을 채우는 소중한 자원이 됐다. 조선시대에는 산림경제, 규합총서 등의 문헌에서도 봄나물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으며 건강과 생명력을 북돋우는 중요한 식재료로 다뤄졌다.

 

음식의 온도와 질감 역시 미각에 큰 영향을 미친다. 따뜻한 봄볕 아래에서는 가벼운 음식이 더 잘 어울리며 부드럽고 신선한 질감이 입맛을 돋운다. 봄나물은 간단한 양념만으로도 그 맛과 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자연스러운 단맛과 쌉싸름한 맛이 은은하게 어우러져 미각을 한층 더 깨운다. 또 봄나물의 향긋한 성분은 후각을 자극해 식욕을 돋우고 마음까지 편안하게 만든다.

 

봄나물의 쌉싸름한 맛을 놓치지 않으려면 조리법도 중요하다. 가장 쉬운 방법은 생으로 샐러드처럼 즐기는 것이다. 신선한 나물을 기름이나 간장을 곁들이면 더욱 풍미가 살아난다. 이른 봄에 만나는 봄나물은 살짝 데쳐 나물 본연의 맛과 영양을 그대로 즐길 수 있도록 최소한의 소금 간이나 겨자초장으로 가볍게 양념하는 것이 좋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된장이나 초고추장을 활용해도 좋다. 봄나물을 볶거나 국에 넣을 때는 너무 오래 익히지 않는 것이 영양소 파괴를 줄이는 방법이다.

 

우리 생활 속에서 습관처럼 중요한 것은 없다. 건강한 생활 습관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식습관이다. 봄은 몸과 마음을 다시 한번 새롭게 하는 계절이며 다양한 봄나물을 맛보는 것은 1년을 건강하게 잘 살아가는 통과의례다. 냉이된장국 한 그릇, 달래장을 곁들인 따뜻한 밥 한 공기면 봄의 향취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봄나물이 나오는 시기는 매우 짧으므로 자연이 주는 계절의 선물을 받아들여 건강한 미각과 균형 잡힌 식습관을 갖도록 제대로 봄맞이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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