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어 줄이고 적절한 경기용어 활용 평소 스포츠 관전, 축적된 경험 쌓기 경기흐름 파악... 객관적 판단력 요구
전문 케이블 방송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지상파 방송의 위상과 영향력이 예전같지 않다. 특히 스포츠 전문 케이블 방송이 여럿 생겨 웬만한 스포츠 이벤트는 안방에서 즐길 수 있는 세상이다. 종편마저 왕왕 빅이벤트를 독점 중계하고 심지어 연예·오락 채널이 해외에서 펼쳐지는 A매치를 소화하기도 한다. 짚고 갈 문제가 있다. 채널이 다양하고 볼거리도 많은데 중계 캐스터의 스포츠 방송언어는 과연 어떠한가. 해설자와의 호흡도 관건이다. 무엇보다 수준 높고 다원화한 누리꾼의 요구에 부응해야 하는 세상이다. 남발되는 외래어와 부정확한 경기용어 사용, 그리고 적절치 않은 상황 묘사 등이 자주 지적되곤 한다. 본격 개막한 야구·축구 시즌을 맞아 몇몇을 추려본다.
우선 축구다.
①‘치고 들어가는 ○○○’: 관성으로 답습하는 잘못된 표현이다. ‘치다’의 주체는 손이어야 한다. 발은 ‘차다’다. 실제 상황은 사람 혹은 사물을 친 경우가 없다. 공은 차는 것이고 사람은 치는 것인데 그저 순간적, 역동적으로 드리블하는 걸 습관적으로 ‘치고 들어간다’고 표현하곤 한다. 잘못이다. 오래됐고 익숙하지만 버려야 한다.
②‘○○○ 선수, 서두르지 않습니다’: 패스할 선수가 마땅치 않아 볼을 어쩔 수 없이 붙들고 있을 때도 많다. 캐스터는 전문가도 아니지만 평범한 관전자여서도 안 된다. 절대다수 관전자인 시청자의 특급 도우미 역할이 책무다. 정보와 재미, 그리고 열정으로 무장한 채 경기를 적실하게 묘사하고 이 장면, 저 상황의 궁금증을 해소해줘야 한다. 모름지기 경기를 잘 읽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기 자체를 평소에 많이 관전하고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
③‘업사이드’(발음)→‘오프사이드’(off-side)다. 베테랑들이 더 많이 틀린다. 과거엔 외래어 발음을 대충 해도 그냥 넘어갔다. 이제는 축구 덕후 시청자도 적지 않다. 업사이드(upside)는 ‘긍정적인 면’이라는 뜻의 전혀 다른 단어다.
④‘드로잉’(발음)→‘스로인(throw-in)’이다. 영어 발음 표시 ‘θ’이기에 ‘ㅅ’으로 표기하고 발음한다. ‘ð’가 ‘ㄷ’이다.
⑤해트트릭보다 더 많은 한 선수의 네 골 기록은 ‘포트트릭’이 아니라 ‘퀴드러플(quadruple)’이다.
다음은 야구다.
①‘밀어쳤습니다’: 배트가 밀리거나 늦은 스윙 탓에 소위 ‘먹힌 타구’가 적지 않다. 타구의 속도나 타격음에 따라 냉정히 판단해야 한다. 상황이 애매하면 멘트하지 않는 게 오히려 낫다.
②‘하나, 지켜봅니다’: 선구안이 좋은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망설이거나 주저하다 미처 못 친 경우도 많다. 판별을 잘해야 한다. 역시 실전 경험과 정확성을 벼리는 ‘매의 눈’이 필요하다.
③‘높게 띄워 봅니다’: 뭔가를 ‘해 보다’는 시도·연습이다. 타자가 일부러 플라이볼을 날리려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외야 플라이(희생타)라도 멀리 날리려 할지언정 높게 볼을 쳐볼까 하는 타자는 상상하기 힘들다. 큰 타구를 치기 위해 어퍼스윙(upper swing)을 하는 것을 ‘띄워 보다’라고 하는 건 잘못이다. 비슷한 표현으로 ‘쏘아 올렸습니다’도 자주 접한다. 역시 잘못이다. 활, 총, 대포 따위의 무기가 어떤 목표를 향해 발사돼야 적당하다. 타구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④‘3루 간 뚫습니다’: ‘3유 간’이다. 유격수(遊擊手)의 앞 글자 ‘유’를 말한다. 타구가 3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빠져나간 거다.
⑤‘좌(우)중간 완전히 갈랐습니다’: 외야수가 공중볼을 잡지 못한 상태로 볼이 튀거나 굴러 펜스까지 도달해야 가능한 표현이다. 그렇지 않으면 ‘완전히’를 쓰기엔 무리가 있다.
⑥‘담장~~ 넘어간다. 넘어간다’: 스포츠중계도 경어체에 격식체는 적용된다. 방송이기 때문이다. 자기 감정을 날것으로 표현하면 안 되는 이유다. 왜 난데없이 반말인가. 뜬금없는 독백(獨白)은 우습다.
⑦직구?: 속구(速球)로 바뀌었다. 패스트볼(fast ball)이라는 원래 야구용어 의미와도 부합한다.
⑧‘백홈, 들어옵니다’: 의외로 많이 틀린다. 백홈(back-home)의 주체는 주자가 아니라 야수가 던진 볼이다. ‘백홈, 그러나, 아무개 홈인!(들어옵니다.)’이라야 맞는다.
⑨‘롱 태그’: 포수가 2루로 도루하는 주자를 아웃시키려 던지는 송구는 ‘롱페그’다. 길게(long) 던지는 빨래집게(peg) 같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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