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호관세 부과 발표... 주가 급락 中·EU·캐나다 제외국가, 협상 제안 주식시장 침체... 정치적 반발 증가
지난 2일 미국이 모든 교역국에 10∼50%의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한 후 이틀 동안 다우존스지수 9.3%,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10.5%, 나스닥지수는 11.4% 폭락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급속하게 확산됐던 2020년 3월 이후 최대 하락으로 인해 뉴욕 증시의 시가총액이 약 6조6천억달러가 감소했다. 이 금액은 관세를 통해 향후 10년간 확보할 수 있는 6조달러의 세수보다 더 컸다.
주가 급락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적자 문제가 해소될 때까지 관세율을 낮추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중국, 유럽연합(EU), 캐나다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가 보복 대신 협상을 모색하고 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에 따르면 이미 70개국 이상이 미국에 협상을 제안했다. 46%의 상호관세를 부과받은 베트남 또럼 공산당 서기장은 4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산 제품의 수입 관세를 0%까지 인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7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5년 연속 세계 최대 대미 투자국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관세율 인하를 요청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도 8일 미국의 요구를 수용함으로써 상호관세를 낮추겠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협상 시도는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상호관세가 무역적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통상질서를 교란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지난해 상품 무역수지(국가별)를 상품 수입액(국가별)으로 나눈 상호관세율에는 비관세장벽, 보조금, 부가가치세를 포함하는 불공정 무역관행이 반영되지 않았다.
중국이 취한 대미 보복 조치도 시장의 불안정성을 증폭시켰다. 2018년 제1차 무역전쟁에서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 타협을 추구했다. 이번에 중국은 보복을 불사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 관세가 104%까지 상승하면 중국에서 생산하는 애플 및 테슬라 같은 기업은 물론이고 테무와 쉬인 등에서 저렴한 제품을 수입하는 소비자도 피해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주식시장의 침체가 계속되면서 관세전쟁을 중단해야 한다는 정치적 반발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주말 미국 전역에서 ‘트럼프는 손을 떼고 떠나라’는 시위가 1천200건 넘게 발생했다. 공화당 내에서도 상호관세에 대한 불만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2일 민주당이 상원에서 발의한 캐나다 관세 철폐안에 4명의 공화당 의원이 찬성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상호관세정책을 설계한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을 공개적으로 비판했으며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막대한 정치자금을 제공했던 월스트리트의 후원자들도 상호관세의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상호관세가 2만개가 넘는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했던 스무트-홀리 관세법과 유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1929년 10월 주가 폭락으로 대공황이 시작됐는데도 불구하고 후버 대통령은 1930년 6월 관세법에 서명했다. 1929년 8월에서 1932년 7월 사이 다우지수는 380 선에서 40 선으로 거의 90% 하락했다. 주가 폭락과 경기 침체가 심화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제2의 후버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피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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