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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벚꽃 엔딩이 사라지다

조용경 작곡가·공연 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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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벚꽃은 비바람으로 피날레 없이 사라졌다. 예년에는 평년보다 빠르게 개화해 벚꽃 축제 시기가 당겨졌던 기억이 있다. 벚꽃 축제는 그 시기가 큰 고민 요소가 됐다. 게다가 요즈음 제멋대로 불어오는 강풍과 쏟아지는 빗줄기는 오늘의 일교차마저 상상할 수 없게 한다.

 

이러한 기후 위기는 단순히 날씨에만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지역 축제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강원 인제의 빙어 축제가 빙판이 얼지 않아 2년 연속 취소됐는가 하면 겨울 체험 프로그램이 겨울철 주요 수익원이 되는 농촌에서는 온난화로 인해 행사가 취소되는 등 지역경제에 큰 타격을 입기도 한다.

 

기후 위기는 어느새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지속적인 문제가 됐다. 위기에 직면한 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역부족이다. 그러나 기후는 여전히 축제의 콘셉트, 예산 문제, 지역경제에 모두 영향을 미치는 절대적인 것이기에 우리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올봄의 사례다. 필자가 스태프로 참여했던 ‘수원 연등축제’는 실외의 제등행렬을 메인으로 하는 축제다. 그러나 축제 당일 비바람 예보가 있었고 현실적으로 유연한 대책이 필요했다. 축제의 본질적 의미, 참여하는 지역민들과 신자들, 그리고 그동안의 축적된 경험을 우선시해 시작점으로 돌아가 다시 생각했다. 그리고 모든 기획을 재구성했다. 그리하여 4월의 비바람 속에서 처음으로 실내 연등축제가 진행됐고 다행히 성료됐다.

 

이처럼 자연, 계절, 그리고 기후는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며 이상기후 위기는 더더욱 대비하기 힘든 일이다. 축제의 기획자로서, 지역민으로서, 향유자로서 우리가 대응할 방법은 없을까. 우리는 기후 위기에 관심을 가지고 환경보호를 실천하며 동시에 변칙적인 기후 상황 속에서 ‘축제를 재구성’할 수 있는 유연한 준비성을 가져야 한다. 축제의 본질을 지키되 상황에 따른 기획적인 측면에서 유연하게 접근한다면 기후 위기 속에서도 지역민 또한 최선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축제가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축제의 콘텐츠’ 또한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 축제의 콘텐츠는 각 지역을 대표하며 다양한 예술적 상상력과 표현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는 지역민 혹은 관광객의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콘텐츠들은 기획과 실행을 통해 지역 축제의 브랜드를 만들어내고 성장시킨다. 하지만 기후 위기는 콘텐츠의 유통을 힘들게 하고 때로는 콘텐츠가 사라지게도 한다. 기후 문제로 발생되는 축제의 돌발 상황들은 콘텐츠를 지켜내려는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기존의 핵심 콘텐츠에도 유연한 변화가 필요하다. 때로는 현실을 인지하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콘텐츠를 발견 혹은 생산해 내거나 새로운 기획을 통해 콘텐츠를 혼합해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등 유연하게 현실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

 

다만 기획자 또는 지자체에서만 독단적으로 결정할 것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이 필수적으로 동반돼야 한다. 지역 축제는 지역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온 문화이자 그들의 삶이기 때문이다.

 

벚꽃 엔딩, 그 후엔 파릇한 새싹이 돋아난다.

 

하늘을 가득 수놓았던 벚꽃잎들은 기억 속에 담기고 지금은 온 세상이 푸르다. 흘러가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 자발적으로 환경을 보호함과 동시에 기후 위기의 상황에 따라 유연하고 현명하게 대처해 지역 축제를 이어갈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자연에 순응하고 또 대응하며 지속가능한 지역 축제를 미래 세대에게 이어줄 수 있도록, 찬란한 봄날의 지혜를 그들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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