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고등학교가 학생들의 흡연, 두발, 교복불량, 지각 등에 대한 생활지도를 이유로 교칙을 위반한 학생들의 학부모를 학교로 불러 들여 해당 학생과 함께 학교복도 청소 등을 50여차례나 시킨 일을 놓고 찬반 양론이 무성하다.
‘교실붕괴 만연을 바로 잡을 값진 일이며 자식의 비행 교정 효과가 크다’는 찬성론과 ‘수치심만 자극하는 일이지만 자식들 때문에 수모를 참는다’는 반대론이 일고 있는 것이다.
학교측의 취지를 들어 보면 그럴 듯 하다. 교칙을 위반한 학생들의 학부모 봉사활동을 시행한 지난 3월 이후 흡연 학생수가 대폭 줄어 들었으며 학부모들이 오히려 고마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부모가 자녀 일로 해서 학교에서 청소를 하는 것은 말이 봉사활동이지 실상은 처벌을 받는 것이다.
일부에서 교단이 무너지고 교실이 붕괴되는 현상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잘못을 저지른 학생과 그 학부모가 함께 하는 교내 봉사활동을 통해 학생의 잘못을 바로 잡으려는 생각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교칙위반 학생-학부모 연좌제’는 원칙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연좌제라는 어휘가 주는 성격을 고려할 때 사회적 통념상으로도 적절하지 못하다. 연좌(緣坐)는 글자 그대로 ‘일가(一家)의 범죄로 인하여, 죄없이 처벌당하는 일’이다.
깊이 따진다면 교내에서의 학생 잘못이 과연 학부모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인가. 교사에게는 전혀 책임이 없는가. 제자가 잘못했을 때 회초리를 제자에게 내주며 ‘잘못 가르친 내 죄가 크다. 그 벌로 내 종아리를 때리라’고 한 고매한 스승의 책임론을 교직자들이 모를 리 없을 것이다.
만일 학교에서 연좌제를 강행한다면 교사의 잘못은 교장이 책임져야 하는 등식이 나온다.
학생생활 지도는 학생상담 등을 통해 교내에서 해결하거나 교칙위반 내용을 학부모에게 통보하여 가정에서 선도토록 해야 한다. 가정과 연계하더라도 효율에 앞서 학부모들이 심적 부담을 갖거나 학생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된다. 교칙을 어긴 학생을 교사는 학교에서, 학부모는 가정에서 선도해야 하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확산될 우려가 있는 교칙위반 학생-학부모 연좌제는 중단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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