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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웃사촌>시흥 계룡1차아파트

“책도 마음껏 읽고 친구도 만나서 좋아요.”

지난 8일 오후 3시20분께 시흥시 계룡 1차 아파트 김홍정군(10·서촌초등 3년)은 단지내에 도서실이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김군은 “반 친구들은 도서관이 있는 우리 아파트를 무척 부러워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아파트 관리사무소 2층 도서실.

10여평 남짓한 공간에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책장을 넘기는 어린이들이 독서삼매경에 빠져있고 숙제를 하는 초등학생들은 저마다 학습자료를 찾느라 분주하다.

한켠에는 주부들이 차를 마시며 교양서적을 탐독하고 있다.

도서실 밖의 수은주는 영하 2도에 머물어 다소 쌀쌀했으나 실내는 따뜻하게 지펴진 난로와 책을 읽는 어린이, 주부들의 진지한 모습으로 후끈했다.

시흥시 정왕동 시화지구 한복판에 자리잡은 계룡 1차 아파트는 주변에서 ‘도서관 아파트’로 불린다.

입주민들이 관리사무소 2층 사무실에 도서관을 만들어 주민 자치활동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7년 620가구가 입주한 이 아파트에 주민 도서관이 문을 연 것은 지난해 초.

한달에 한번꼴로 열리는 입주민 동대표 회의실로 사용하기에는 공간이 너무 아깝고 인구 10만명이 넘는 시화아파트 단지에 공공도서관 한 곳이 없어 아쉬움을 느낀다는 주민들의 여론이 반상회 등을 통해 확산, 지난 99년 주민들은 도서관 건립에 발벗고 나섰다.

당시 부녀회장 지종분씨(42)와 입주민들은 아파트 주변 환경가꾸기와 더불어 도서기증 운동을 벌였다.

이에따라 가구당 교양 서적 등 2권 이상씩 기증받는 도서관 만들기 캠페인에 주민들이 적극 동참, 1천여권의 책을 모으는 성과를 얻었다.

부녀회는 이같이 모인 책으로 관리사무소 2층에 도서관을 개설하는 한편 아파트를 위탁관리하는 (주)대한주택관리와 독지가들로 부터 500여권을 기증받았다. 현재 도서관에는 교양, 전집, 위인전 등 각종 서적 2천여권의 장서를 확보했다.

지 전부녀회장은 “의욕을 가지고 도서관을 개설했는데 이용률이 저조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으로 밤잠까지 설쳤다”며 “그러나 주민들의 호응이 좋아 뛸듯이 기뻤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틈만 나면 아이의 손을 잡고 단지내 도서관을 찾는다는 주부 이현숙씨(37)는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의 숙제에 필요한 학습자료를 찾고 필독도서도 구비돼 있어 자주 이용하는 편”이라며 “자녀를 올바르게 키울 수 있는 유익한 교양서적을 주로 탐독한다”고 말한뒤 함박웃음을 지었다.

부녀회는 매주 토요일 재활용품 수거시 우유팩은 따로 수집해 폐지로 팔고 헌옷도 수거하여 폐품으로 팔고 있다.

수익금은 전액 노인정의 복지사업돠 도서관 책 구입에 쓰인다.

부녀회가 신간 서적과 학생 필독도서 등을 위해 지출하는 책구입비는 매달 10만원.

계룡 1차아파트 주민도서관은 철저히 자원봉사제로 운영, 매주 목요일 문을 열고 동절기에는 오후 1∼5시, 방학때면 낮 12∼5시까지, 하절기에는 1시간을 연장한다.

자원봉사자는 2인1조로 당번을 정해 책 대여와 도서정리, 구매업무와 주민 홍보 등을 전담한다. 도서관에 대한 주민들의 호응은 의외로 높아 하루 평균 70∼100여명이 이용하고 있다.

주부들은 이곳에서 책을 읽고 자녀교육 문제를 서로 얘기한다.

콘크리트 벽에 막혔던 이웃간의 정을 대화를 통해 나누는 사랑방 역할도 톡톡히 하는 셈이다.

이 아파트 부녀회 전경희회장(42)은 “삭막한 아파트에 도서관이 정감있는 분위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 전업 주부들을 위해 꽃꽂이나 서예 등을 배울 수 있는 공간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창학기자 chkim@kgib.co.kr

계룡아파트 620가구의 안살림을 도맡은 부녀회장 전경희씨(42)를 관리실 2층 도서관에서 만났다.

“우리 아파트의 자랑은 단연 도서실”이라며 함박웃음을 지은 전회장은 “주부들의 지적 충족감을 주고 자녀들의 학습에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전회장은 이어 “도서관이 1년도 채 안돼 2천여권의 장서를 보관할 수 있기까지 역대 부녀회장을 비롯, 입주자 동대표·주민들의 노고가 밑거름이 됐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제 시화지구내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 계룡 1차 아파트 도서관을 모르는 이들은 손에 꼽을 정도.

부녀회의 전반적인 활동에 대해 전회장은 “다른 곳에 비해 연령층이 30∼40대 초반으로 회원들은 아파트 예쁘게 가꾸기, 단지내 대청소, 폐품수거 등 단지내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동참해 자신의 일처럼 몸을 아끼지 않아 620가구의 살림을 끌고가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전회장은 “앞으로 주민들의 건강을 위해 헬스기구가 갖춰졌으나 활용을 하지않는 관리실 지하공간을 개방해 주부들을 위한 에어로빅 강습을 할 계획”이라고 밝힌뒤 “좋은 아파트 만들기에 힘써준 역대 부녀회장을 비롯, 입주자 대표들과 관리소장에게 다시한번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전회장은 “때론 부녀회 일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해 가족들에게 미안하지만 임기를 마칠때까지 최선을 다해 후임자에게 떳떳한 선배로 남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창학기자 chk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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