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나에게 이상한 습관 하나가 생겼다. 사는 게 버겁고 웬지 모르게 가슴이 떨려오고, 내 자신이 추하게 느껴질 때마다 유치원에 다니는 딸아이를 꼬옥 껴안고 한참동안 그렇게 있는다. 그 순진무구한 심장에 가슴을 대고 있으면 내 안에 있는 더러움이 정화되는 듯 하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어린이들의 마음은 천국과도 같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말이나 감성은 더럽혀진 우리의 영혼을 뒤흔들어 새롭게 일으켜 세우기도 한다.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청옥산 기슭 / 덜렁 집 한 채 짓고 살러 들어간 제자를 찾아갔다 / 거기서 만들고 키웠다는 / 다섯 살 배기 딸 민지 / 민지가 아침 일찍 눈 비비고 일어나 / 저보다 큰 물뿌리개를 나한테 들리고 / 질경이 나싱개 토끼풀 억새…… / 이런 풀들에게 물을 주며 / 잘 잤니,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 그게 뭔데 거기다 물을 주니? / 꽃이야, 하고 민지가 대답했다 / 그건 잡초야, 라고 말하려던 내 잎이 다물어졌다 / 내 말은 때가 묻어 / 천지와 귀신을 감동시키지 못하는데 / 꽃이야, 하는 그 애의 말 한마디가 / 풀잎의 풋풋한 잠을 흔들어 깨우는 것이었다. -정희성의 <민지의 꽃> - 민지의>
화창한 봄날,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철쭉 앞에서 이 시를 읽다가 가슴이 뜨끔했다. 잡초와 꽃이 어디 따로 있을까, 다 고귀한 생명이지. 생명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아름다운 꽃으로 받아들여 깊은 사랑을 나누는 마음이야말로 하늘마음이고, 그런 사람은 이미 천국을 살고 있는 천국시민이 아닐까.
어린이들은 이 생명과 사랑의 나눔이 자연스럽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어린이와 같지 않으면 천국에 들어 갈 수 없다고 했나 보다.
어린이를 기리는 절기에 천국의 아이들을 잘 받들고 배우다보면 천국의 떡고물이라도 있지 않겠는가.
/장병용.수원 등불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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