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프롤로그
올해초 국내 연구진에 의해 인간 배아세포에서 치료용 줄기세포를 성공적으로 생산해냈다는 발표가 있었다. 물론 이에 대해 ‘인간복제’라는 무시무시한 결과가 초래할 위험성을 경고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의학계에서는 다소 긍정적인 반응인 듯 하다. 연구의 범위를 합리적이면서도 적절하게 규제하는 제도적 장치가 뒤따른다면 죽음만을 바라보고 난치병으로 고생하는 수많은 환자들에겐 분명 서광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癌정복 꿈’은 계속된다
‘무병장수’의 꿈은 고대로부터 전하는 희망사항이었으며 동서양을 막론한다. 특히 인류는 고질병이라 치부되는 암을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진행해 왔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에서는 그간 암 연구에 관한 막대한 인력과 비용을 투입해 왔는데 1980년대에 들어서는 분자생물학(molecular biology)이 획기적으로 발전되며 암의 발생 원인도 상당부분 밝혀졌다. 그 결과 ▲일반인에게도 암 유전자는 존재한다는 것과 ▲이 유전자는 인체에 필요한만큼만 성장하고 활동하며 ▲기능을 완수하면 자율적으로 억제돼 휴식상태로 머문다는 것 등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인간을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암은 무엇인가.
아주대병원 종양혈액내과 임호영 교수는 “암(Cancer)이란 비정상적인 세포들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되는 상태를 뜻한다”고 말한다. 즉, 어떤 원인에 의해 암 유전자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거나 암 억제 유전자가 돌연변이에 의해 기능을 잃게 되었을 때, 그 세포는 계속 분열하고 증식해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암으로 변이된다는 것.
임 교수는 또 “눈부신 의학 발전의 업적에도 불구하고 암은 극복되기는 커녕 점차 사망률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우리나라의 경우도 질병으로 인한 사망 원인 중 암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암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불과 몇 년전만 해도 질병사망 원인의 대부분이 중풍이나 고혈압, 감염 등에 의한 것이었지만 이젠 주변에서 암으로 투병하는 환자들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아주대병원이 2002년 3월부터 2003년 2월까지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통계자료를 보면 전체 입원환자 중 10.7%가 암으로 판정됐다. 이중 위암이 가장 많았고 간암과 폐암, 대장암, 유방암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또 병원에서 사망한 고인(故人) 중 절반 가량이 암에 의한 것으로 파악돼 암의 심각성은 더했다.
임 교수는 “우리나라 전체 통계를 보더라도 사망 원인의 1/4이 암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발생 양상을 보면 폐암과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등이 증가하는 추세로 점차 서양과 비슷하게 되어간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요인으로는 인스턴트 식품에 의한 식생활 변화와 흡연 등이 우선으로 꼽힌다.
그렇다면 기원전 400년 경, 그리스 의학자 히포크라테스가 생존했던 시절부터 언급돼 온 암의 오늘날 치료와 현실은 어떠한가.
암의 치료는 고전적으로 수술과 방사선, 항암제 치료 등이 대표적이다. 서구에서는 이미 100여년 전부터 현대적 개념의 근치적 암수술을 시행해왔고 1940년 대에는 항암제가 도입됐다.
2차 세계대전 중 독가스를 개발하다 우연히 발견된 항암제는 현재까지 거듭되는 발전의 성과를 이루었다. 방사선 치료도 점차 수준이 높아져 암 세포만을 치료하고 정상 세포는 다치지 않게하는 방법이 보편화 돼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치료법 외에도 면역과 세포, 유전자 치료 등이 시도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암 치료는 한 가지 방법만을 고집하지 않고 여러 치료법을 병행함으로써 효과를 높인다. 각 분야마다 전문의들이 세분화 돼있어 진단과 치료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 특징. 그러나 무엇보다 오늘날 암 치료에 가장 중요한 인식은 조기 발견이다.
임 교수는 “암을 조기에 진단받지 못한 환자들을 보면 신빙성 없는 허황된 치료에 몸을 맡기고 매달리는 상황이 목격된다”며 “이럴 경우 나중에 더 어렵고 힘들게 만들뿐 아니라 병이 악화돼 사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오늘날의 암 극복은 결국 예방과 조기진단이 최선의 비책이다”라고 조언한다.
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금연과 절주 등 식생활에 주의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대한암학회에서 권고하는 ‘암 예방을 위한 생활수칙’을 따르는 것이 좋다.
일본에서는 위암이나 간암 등을 조기 발견하기 위해 이동버스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검사 시스템이 널리 보급돼 있다. 이 정책 후 암의 조기 발견이 상당히 늘어나 전체 암 사망률을 줄이는데 일조한 것으로 알려진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며 국민 개개인도 정기검진 받는 것을 ‘습관’으로 받아 들이는 분위기 조성이 시급하다.
임 교수는 “암의 유전자 이상을 치료하는 항암제가 최근 속속 개발되고 있는데 부작용이 적고 투여가 간편한 장점이 있어 향후 암 치료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금 세계의 많은 의학자와 과학자들이 ‘암’이라는 공통의 적을 섬멸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만큼 ‘암 정복’이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옴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암환자 현황 및 유형분석
한국인의 질병 ‘사망원인 1위’ 위암환자 18.7%로 가장 많아
아주대병원이 2002년 3월부터 2003년 2월까지 퇴원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암환자 현황 및 유형 분석 결과’에 따르면 총 퇴원환자 2만9천여명 중 10.7%에 해당하는 3천100여명이 암 환자로 나타났다.
이 중 남성은 54.5%, 여성은 45.5%의 비율을 보였으며 남성은 위암>간암>폐암>결장 및 직장암>전립선암, 여성은 유방암>위암>갑상선암>자궁경부암>결장 및 직장암의 순이었다.
연령별로는 60대가 1천800여건으로 27.6%를 차지해 가장 많았으며 50대가 20.4%, 40대가 20.1%, 70대가 12%, 30대가 10.1%, 20대가 2.9%였다. 연령대별 암의 종류를 살펴보면 ▲10대까지는 백혈병과 뇌암 ▲20대는 갑상선암과 백혈병 ▲30대는 갑상선암과 위암 ▲40대는 유방암과 위암 ▲50대는 위암과 간암 ▲60대 이후에는 위암과 폐암이 두드러졌다.
또 전체 암 환자 중 주요 10대 암에 걸린 환자의 비율은 77.2%로 위암이 18.7%, 간암이 11.7%, 폐암이 11%, 결장 및 직장암이 9.5%, 유방암이 7.5%, 갑상선암이 6.1%, 자궁경부암이 4.7%, 전립선암과 췌장암이 각각 2.2%의 분포를 보였다.
한편, 병원에서 사망한 환자 중 암으로 인한 사망자는 54.2%를 기록, 사망자 2명 중 1명이 암 때문에 사망했으며 성별로는 남성 62.6%, 여성 37.4%를 차지했고 간 및 간내 담관암 사망이 19.4%(73명), 폐암 17.5%, 위암 17%, 결장 및 직장암 9%, 백혈병 5.3%, 췌장암 5%로 집계됐다.
결국 암은 한국인의 질병 사망원인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갈수록 복잡 다양한 형태로 발병하기 때문에 조기치료에 대한 인식 확산은 물론이고 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적합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체제가 확립돼야 한다./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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