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목 표준점수 ‘당락 최대변수’
표준점수의 유·불리 논란은 당연히 선택과목에서 생길 수 밖에 없다.
언어, 외국어 등 대부분의 수험생이 공통적으로 응시하는 영역은 원점수가 높으면 표준점수도 높아 상대적 박탈감이 없지만 수리나 탐구, 제2외국어/한문은 선택과목에 따라 같은 과목을 치른 수험생간에는 원점수 순위가 표준점수로는 뒤바뀌지 않음에도 다른 과목을 고른 수험생과 비교하면 표준점수에 차이가 생기기 때문.
물론 대부분 대학이 영역간 표준점수를 단순 합산하기 때문에 선택과목의 유·불리를 제외하고도 상대적으로 까다로웠던 외국어나 수리영역 등이 1차로 합·불합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지사. 표준점수는 어려운 과목에서 원점수로 높은 성적을 받았을 때 상대적으로 더 올라가는 게 특징이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쉬워 평균성적이 높거나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많이 고른 과목에서는 높은 표준점수를 얻을 수 없고, 반대로 대부분 수험생이 어려워 하거나 그과목에 자신이 없는 수험생이 몰려 평균성적을 끌어내릴 경우에는 조금만 높은 원점수를 얻어도 표준점수가 껑충 뛸 수 있다.
◇탐구·제2외국어는 쉽고 재수생 몰린 과목 불리= 이번 수능에서도 사회/과학탐구의 경우 윤리, 한국지리, 생물Ⅰ등의 원점수 만점이 표준점수로 모두 낮게 나타났고 수험생이 어려워 선택을 기피하는 법과사회, 경제, 지리 등의 표준점수는 상대적으로 높았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남명호 수능연구관리처장은 “6월과 9월 모의평가를 토대로 본수능 난이도를 조정했는데 모의평가에 응시하지 않았던 고득점 재수생이 본수능에 대거 응시한데다 6차 교육과정에서 필수 선택과목이었던 윤리, 국사, 한국지리에 몰렸다”고 설명했다.
만점자의 표준점수가 이례적으로 ‘100점’이 나온 아랍어에 대해서도 남 처장은 “모의평가 때 응시자가 거의 없어 예측 곤란했는데, 실제 응시자 가운데 중동지역에서 살다온 학생이 있는가 하면 아랍어를 전혀 모르는 학생도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생물Ⅰ에서 2등급이 전혀 없는 것은 3점짜리 1문항이 까다로워 만점자와 2점짜리 1문항을 틀린 수험생이 1등급으로 묶이다 보니 3점짜리를 틀린 수험생은 3등급에 들었다”고 강조했다.
남 처장은 “대부분 3~4과목을 선택하고 수험생 나름대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때문에 점수를 합산하면 격차가 상당히 줄어드는데다 전체 반영비중도 이들 4과목을 합쳐 4분의 1에 불과하다”며 “그럼에도 통계기법이나 출제방식 개선 등을 통해 보완책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서남수 교육부 차관보는 “원점수 만점자의 표준점수를 같게 맞추거나 원점수 자체를 제공할 경우 ‘쉬운 과목 쏠림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따라서 쉽다고 여겨졌던 사회문화의 경우 까다로운 문제가 1문항 출제돼 만점자가 많지 않았고 원점수 만점자의 표준점수도 68점으로 가장 높았으며 표준점수 분포도 상대적으로 정상적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과목내 난이도 조정이 앞으로 표준점수제의 성패를 가름할 것으로 분석된다.¶◇수리는 ‘자신없는 수험생’ 몰린 ‘나’형 유리= 수리영역은 거꾸로 수학에 ‘체질적으로’ 자신없는 수험생이 모인 ‘나’형이 표준점수로는 유리하다.
출제위원단이 의도적으로 ‘가’형을 어렵게 출제, 평균성적을 끌어올리고 ‘나’형은 쉽게 내 평균성적을 끌어내려 표준점수 최고점수 및 등급간 점수차를 최소화하려해 6, 9월 모의고사에 비해 폭을 상당히 줄였지만 ‘나’형에는 아무리 쉽게 내더라도 틀릴 수 밖에 없는 ‘수학치’ 수험생이 상당히 많이 포진해 있기 때문.
따라서 최고점수가 ‘가’형 141점~‘나’형 150점, 1등급과 2등급 구분점수는 ‘가’형 131점, ‘나’형 140점으로 ‘나’형이 모두 9점 높았다.
고득점 수험생 숫자도 상당히 많은 차이가 났다.
표준점수 141점 이상은 ‘가’형이 482명인데 비해 ‘나’형은 1만4천65명에 달했고130점 이상은 ‘가’형 8천538명~‘나’형 4만2천648명, 120점 이상은 ‘가’형 2만9천3명~‘나’형 7만2천617명이었다.
대학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대학이 ‘가’형 응시자에게 가중치를 1~5% 주는 것을 감안하면 ‘나’형 응시자의 자연계 모집단위 지원이 불리하지 않다는 것. 남명호 처장은 “‘가’형에 5~7% 가산점을 주면 대체로 비슷하고 그 이하면 ‘나’형이 유리하며 그 이상이면 ‘가’형이 유리한 것으로 분석됐다”며 “특히 상위권 대학이 대부분 자연계 모집단위에서 ‘가’형을 지정해 반영하기 때문에 ‘나’형 응시자들의 지원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따라서 ‘가’형과 ‘나’형 응시자가 동시에 지원할 수 있는 중상위권 대학에서 교차지원이 활발하고 경쟁도 치열하며 ‘나’형 응시자 상당수가 합격할 것으로 입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 전문가들이 보는 입시판도
대학 정시모집에서 선발하는 인원은 지난해 25만여명에서 22만여명으로 줄었지만 수험생 수도 매년 줄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중하위권 대학에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경쟁률이 낮아지는 현상이 또다시 초래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점수대가 두터운 중위권 수험생들의 경쟁은 여전할 것으로 예상되며 막판 눈치작전으로 경쟁률이 오히려 상승하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논술이나 면접·구술고사를 보는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들의 학생부나 수능성적은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논술이나 면접이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영덕 대성학원 평가실장과 김용근 종로학원 평가실장, 유병화 고려학력평가연구소 평가실장 등 입시 전문가들이 보는 올해 입시 경향과 전망이다.
◇수리·외국어영역 점수차 커= 1∼2등급의 상위권 학생은 수리와 외국어영역에 따라 점수 차이가 크게 났다. 1등급 수리영역의 경우 ‘가’형은 131점, ‘나’형은 140점으로 2등급과 각각 6점,9점의 차이를, 언어와 외국어영역은 각각 5점, 7점의 점수차를 보였다.
따라서 상위권 학생 중 수리, 외국어 영역에서 점수에 따른 지원가능 대학이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위권 대학 자연계학과의 경우 수리 ‘가’형과 외국어 성적이 당락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인문계학과의 경우도 수리 ‘나’형과 외국어 영역에서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이지만 대학의 모집단위에 따라 수리영역을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아 외국어영역이 당락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3∼4등급의 중위권 학생도 수리 ‘나’형에서 16점, ‘가’형에서 10점의 점수차를 보였고, 언어와 외국어영역은 각각 9점의 차이를 보였다. 중위권 대학 자연계학과의 경우 수리영역이 합격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중위권 경쟁 치열할 듯= 수험생들이 가장 많이 몰려있는 점수대이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위권 점수대에서는 논술고사를 시행하지 않는 대학이 많아 이미 결정된 학생부 점수를 잘 확인해야 한다.
특히 중위권은 등급별 인원이 많기 때문에 표준점수 1점 차이에도 백분위의 차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서 지원해야 한다.
또 학생부 반영 비율이나 반영 방법 등이 합격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가를 감안해 지원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동시에 수능 점수도 잘 따져서 본인의 수준에 맞는 대학에 복수지원한다면 합격가능성이 그 만큼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논술면접 영향력 무시 못해= 논술고사 시행 대학의 논술 반영비율은 2∼10%로 다양하지만 각 대학의 모집 단위별로 보면 지원하는 학생들의 학생부나 수능 성적은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논술이나 면접이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 면접·구술을 점수화해 반영하는 경우 최종단계에서 합격자의 30∼50% 가량의 당락이 뒤바뀌고 있을 만큼 면접·구술고사 영향력도 아주 크다.
특히 이번 수능시험 성적은 표준점수와 백분위로만 표시되기 때문에 수능의 변별력은 떨어지고 논술과 면접·구술고사가 당락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 커졌다고 봐야한다. 또 최상위권 성적을 받은 학생들은 대부분 내신성적이 높고, 이들이 선택하는 대학은 논술고사를 실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논술과 면접이 당락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정시에 논술이나 면접을 보는 대학, 사범대학이나 교육대학을 지원한 경우에는 남은 기간 논술이나 면접을 충실하게 준비하면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논술이나 면접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다면 대학에 따라 크게 5점 정도까지는 만회할 수 있는 기회라고 입시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다만, 낮은 수능점수를 논술이나 면접·구술 고사에서 만회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것은 아니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해서는 안된다. 또 면접·구술고사는 서울대처럼 심층면접을 하는 경우도 있고, 서강대 자연계처럼 일반면접을 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감안, 각 대학의 면접 구술고사 요강을 잘 살펴서 준비해야 한다.
◇막판 눈치작전 여전할 듯= 정시모집에서도 수험생들의 원서접수현장 눈치작전이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위권이 두터워지고 수능 변별력이 떨어지면서 하향 안정지원이 주류를 이뤄 막판 눈치작전이 첩보전을 방불케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모집군별로 지망권 대학을 2∼3개씩 미리 설정한 후 전년도의 계열 전체 경쟁률을 파악해 두고 원서접수 마감 전날까지의 계열 전체 지원율을 체크해 작년 대비 평균 지원율이 50%를 넘지 않는 대학을 본인의 지망권 대학으로 설정하는 수험생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원서접수 마감 날에는 시간대별로 접수현황을 체크해 최종적으로 희망대학에 원서를 넣는 수험생들이 잇따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에서 입시 전문가들은 “정작 뚜껑을 열어보면 엄청난 경쟁률을 기록한 대학이나 학과가 속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학마다 발표되는 접수현황은 보통 1시간 이전 것으로 보면 된다고 입시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연합
■ 표준점수 첫해 뜻밖의 결과들
선택교과 위주의 제7차 교육과정이 처음 적용된데다 원점수 없이 표준점수만 수험생에게 제공된 올 수능에서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교육인적자원부가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결과도 상당수 나와 교육당국을 당황케했다.
제2외국어/한문영역의 선택과목인 아랍어Ⅰ에서는 표준점수로 거의 산출되기 어려운 ‘100점’이 나오기도 했고 과학탐구 생물에서는 똑같이 1문항을 틀렸어도 3점짜리를 틀린 수험생은 3등급으로 떨어져 낙심한 반면 2점짜리를 틀린 수험생은 1등급에 입성하는 행운을 누리기도 했다. 모든 과목에서 백지답안을 내더라도 시험만 제대로 응시하면 일정 ‘표준점수’가주어지고, 그것도 선택과목에 따라 다른 점수가 제공되는 것도 그동안의 입시관행에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일.
◇아랍어Ⅰ 표준점수 ‘100점’ 출현= 표준점수의 범위는 언어.수리.외국어가 0~200점, 탐구 및 제2외국어/한문은 0~100점이지만 앞의 것은 대체로 40~160점, 뒤의것은 20~80점으로 변환된다.
이에 따라 올 수능에서도 원점수 만점자의 표준점수는 언어 135점, 수리 ‘가’형141점-‘나’형 150점, 외국어 139점, 사회탐구 61~68점, 과학탐구 63~69점, 직업탐구 66~79점 등으로 산출됐다.
제2외국어/한문도 아랍어Ⅰ을 뺀 다른 과목은 이 범주에 들어간다.
유독 아랍어Ⅰ에서 100점이, 그것도 남·여학생 1명씩 2명이나 나온 것은 그만큼보기 드문 현상. 남명호 평가원 수능 관리처장은 “중동지역에서 살다온 수험생이 있는가 하면 아랍어의 ‘아’자도 전혀 모르는 학생도 응시하는 등 ‘극단적인’ 분포를 이뤄 평균점수가 아주 낮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극단적인 경우로 표준점수가 200점 또는 100점을 넘어가게 되면 200점이나 100점으로 처리하게 된다.
아직 정식과목으로 채택한 고교가 없는 아랍어Ⅰ은 지난 6월 모의수능 때 1명만응시, 유일하게 표준점수를 내지 못한 과목이어서 여러모로 화제가 되고 있다.
◇생물Ⅰ, 문항 배점이 1/3등급 갈라= 1점짜리나 2점짜리 1문항을 틀린 수험생은 1등급을 받았고 3점짜리 1문항을 틀린 수험생은 2등급도 아닌 3등급을 받았다.
이 과목에서 원점수 만점자는 3천859명으로 2.26%, 또 1점짜리 1문항을 틀린 수험생은 1천338명으로 0.78%, 2점짜리 1문항을 틀린 학생은 1만9천18명으로 11.14%,또 3점짜리 1문항을 틀린 응시자는 385명으로 0.22%였다.
이들에게는 각각 표준점수 64점, 62점, 61점, 60점이 주어져 2점짜리와 3점짜리를 틀린 학생간 점수차가 1점에 불과했다.
그러나 만점자와 1점짜리를 틀린 학생은 당연히 1등급(4%)에 들었으나 그 비율이 3.04%에 불과해 2점짜리를 틀린 수험생 11.14%가 대거 1등급에 포함됐고, 따라서2등급이 상위 11%에서 끊김으로써 2등급 자체가 없어졌기 때문에 3점짜리를 틀린 응시자는 아깝게 3등급으로 내려앉았다.
물론 1문항을 틀리고도 3등급을 받은 경우는 원점수 만점이 양산되면서 2등급까지의 기준선인 11%를 넘은 윤리, 한국지리, 러시아어Ⅰ에서도 나왔다.
6차 교육과정에서 윤리, 국사, 한국지리를 필수선택 과목으로 배웠던 고득점 재수생 또는 이른바 ‘반수생’(대학 재학중 수능 응시자)이 모의수능 때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 대거 본수능에 응시하면서 생긴 현상으로 평가원이 이들의 동향을 미처 파악하지 못한데 따른 결과이다.◇‘봉우리형’ 돼야 할 표준점수 분포, ‘쌍봉형’.‘파도형’ 등도 많아= 평균점수에서 떨어진 상대적인 거리를 나타내는 표준점수는 산봉우리형을 이뤄야 정상이지만 응시자가 적고 난이도가 들쭉날쭉한 선택과목 등에서는 예외도 있었다.◇최소-최대 응시 영역·과목 1만배 이상 차이=수험생이 가장 많이 선택한 영역 또는 선택과목은 외국어(영어)로 57만431명이 시험을 치렀다.반면 직업탐구의 선택과목인 해사일반은 단 55명만 시험을 봐 외국어영역과 무려 1만371배의 차이가 났다. 응시자가 1천명 미만인 과목은 직업탐구의 수산·해운정보처리(264명), 수산일반(199명), 해양일반(273명), 제2외국어/한문의 러시아어Ⅰ(423명), 아랍어Ⅰ(531명)이었고 1만명을 넘지 못한 과목도 많았다.◇선택과목 유·불리 맞춰 최상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수험생= 사회탐구영역에서 4과목을 선택해 모두 만점을 받았다면 어느 과목을 선택한 수험생이 유리할까? 물론 만점자의 표준점수가 높은대로 사회문화(68점), 경제지리(67점), 법과사회(66점), 그리고 한국근.현대사 또는 경제(각 65점)를 선택한 경우이다. 또 61점인 윤리, 한국지리와 62점인 국사, 세계지리를 고른 수험생이 가장 불리하다. 과학탐구에서는 모든 과목에서 원점수 만점을 받았다고 가정하면 화학Ⅱ(69점), 지구과학Ⅱ(67점), 생물Ⅱ(66점), 그리고 물리Ⅰ또는 화학Ⅰ(각 65점)을 치른 경우가 최선의 포트폴리오이고, 지구과학Ⅰ(63점)과 생물Ⅰ 및 물리Ⅱ(각 64점), 그리고물리Ⅰ 또는 화학Ⅰ(각 65점)이 최악의 포트폴리오이다. 평가원 관계자는 “대부분의 수험생은 자신이 선택한 과목에서도 유·불리가 엇갈리기 때문에 총점은 상쇄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말했다. /연합
■ 원점수와 너무다른 표준점수
수험생 최모양(16·성남 S여고)은 14일 수능성적표를 받아 들고 크게 놀랐다.
수능시험이 끝난뒤 모의고사 때보다 성적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전달된 표준점수는 예상과 크게 빗나갔기 때문이다. 더욱이 다른 과목을 선택한뒤 어려운 문제로 울상을 짓던 친구는 오히려 좋은 표준점수를 받은 것을 보고 크게 낙담했다.
원점수에 익숙한 상태에서 똑같이 원점수로 만점을 받았는데 자신이 선택한 과목과 다른 수험생이 선택한 과목 사이에 표준점수 차이가 크게는 37점까지 생길 수 있는 현상 때문이다.
이전의 수능은 총점 대비 등락폭을 나타내는 ‘난이도’의 개념이었다면 올해부터는 선택과목간 표준점수의 격차가 대학입시의 중요한 잣대가 된다.
이에 따라 이번 수능이 과목간 표준점수의 격차가 심해 결과적으로 난이도에 실패했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원점수 만점자의 표준점수 차이가 수리 ‘가’-‘나’형간 9점, 사회/과학/직업탐구 6~13점, 제2외국어/한문에서는 무려 37점에 달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상위 4%’가 1등급인데 탐구 및 제2외국어/한문영역 일부 선택과목은 10%를 넘고 있어 적절한 난이도를 맞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
이날 채점위원장인 박성익 서울대 교수(교육학)는“난이도 조절의 실패로 단정하기는 어려우며 난이도와 성적분포 경향성은 그 과목을 선택한 수험생 집단의 특성, 응시생 숫자, 교과목 성격 등의 변수가 상호 작용하는 것으로 기술적으로 맞추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출제위원과 검토위원, 일선 교사들이 최대한 노력했지만 전체 51개 과목 가운데 몇 과목은 난이도를 기대하는 수준에 맞추지 못했다”고 덧붙였다.또 교육부와 평가원은 표준점수가 일부 문제점이 있지만 원점수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수험생과 학부모는 “시험을 쉽게 출제, 만점자가 나온 것은 수험생의 탓이 아니고 시험을 어렵게 냈더라도 만점을 받을 수 있는 수험생이 똑같이 낮은 표준점수를 받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결국 대입에서도 잘하는 학생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없는 문제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최종식·최용진기자 jschoi@kgib.co.kr
■생소한 수능용어 ‘이뜻이에요’
◇표준점수
응시영역과 과목의 응시자 집단에서 해당 수험생의 상대적인 위치나 성취 수준을 나타내는 점수이다.
수험생 개인의 원점수에서 계열별 전체 응시생의 평균 원점수를 뺀 값을 해당과목의 표준편차로 나누어 산출된다. 성적통지표에 표준점수만 공개하고 원점수, 총점 등을 제공하지 않는 이유는 모든 영역과 과목이 ‘선택’으로 바뀌어 응시하는 학생의 모집단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또 다양한 선택과목이 있어 이들 과목간 난이도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대학도 일부 영역의 점수만 활용하거나 가중치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에 영역별 원점수는 비교해도 의미가 없다.
◇백분위
전체 수험생의 성적을 최고점부터 최하점까지 순서대로 배열했을 때 개인 성적의 상대적인 위치를 정수 1~100점의 백분율로 나타낸 서열척도다.
따라서 선택과목별로 원점수 만점자의 표준점수는 차이가 날 수 있어도 백분위는 변하지 않지만 동점자가 많아지는 단점이 있다.
◇등급
성적표에 영역별·선택과목별 등급이 1~9등급으로 표시된다.
표준점수의 상위 4%가 1등급, 4~11%가 2등급, 11~23%가 3등급, 23~40%가 4등급, 40~60%가 5등급, 60~77%가 6등급, 77~89%가 7등급, 89~96%가 8등급, 96~100%, 즉 하위 4%가 9등급이다.
/최용진기자 jschoi@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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