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쿼터 절반 축소를 닷새 앞둔 시점에서 한민족의 자존을 주창하는 ‘한반도’가 26일 첫 선을 보였다.
‘왕의 남자’ 이후 이렇다할 흥행작 없이 ‘다빈치 코드’ ‘미션 임파서블3’ 등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초토화된 한국영화 시장을 구할 영웅이 되어줄지 관심이 고조된 가운데 열린 시사회여서 그 열기는 더욱 뜨거웠다.
‘실미도’로 한국영화 사상 첫 ‘1000만 관객’의 위업을 달성한 강우석 감독의 영화인데다, 안성기 문성근 조재현 차인표 강신일 등 쟁쟁한 스타가 출연하는 영화다보니 시사 후 간담회장은 200여 명의 동영상기자 사진기자 취재기자 등으로 발디딜 틈조차 없었다. 질문을 하는 쪽이나 답하는 감독과 배우들이나 땀을 흘리며 이야기를 나눌만큼 취재 열기는 뜨겁고 진지했다.
영화 ‘한반도’는 남과 북이 손잡은 경의선 철도 개통을 허락할 수 없다는 일본의 도발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이러한 일본의 요구를 무화시키기 위해, 즉 1907년 당시의 을사늑약이 무효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대한제국의 진짜 국새를 찾아내는 과정과 그 속에서 국새를 반기지 않는 측과의 긴장감 넘치는 대결을 그린다.
강우석 감독은 “거창하게 역사인식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영화를 통해 외세의 존재를 알리고 싶었다. 지금도 여전히 100년 전 역사처럼 외세가 우리를 가지고 놀면서 명성황후를 시해하고 고종황제를 독살하는 그런 일들을 되풀이하고, 그런데도 우리는 외세에 대해 너무 안일하게 대응한다는 것을 영화로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툭하면 독도 내놔라, 뭘 해라 하는 현실에 비춰볼 때 영화 속 가상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며 “이 영화 속의 결론은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당신은 어떠냐’는 질문이다. 결론을 제시하기 보다는 화두를 던지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강 감독은 “제목을 ‘아침의 나라’에서 ‘한반도’로 바꾸고 스스로 제목에 짓눌려 힘겨웠다. 나의 열 다섯번째 영화인데 어느 영화보다 맘 고생이 많았다. 일반 관객의 심판을 받을 날이 얼마남지 않았는데 이런 영화가 한 번은 나왔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고 완성품을 낸 소회를 밝혔다.
강 감독의 고심은 함께 한 배우에게도 읽혔다. 강신일은 “시나리오를 받고 ‘한반도’라는 제목을 보고 ‘쉽지 않은 얘기겠구나’ 싶었다. 강 감독과 네번째 함께 하는데 전에 없이 고심하는 모습을 보았다. 평가는 관객 여러분들이 해주시겠지만 좋은 영화로 기억됐으면 좋겠고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에는 이미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들이 대거 나오지만 막상 배우들은 힘겨운 작업이었음을 내비쳤다. 대통령 역을 맡은 안성기는 “간단치 않은 영화고 캐릭터라 배우 각자가 자신의 NG 기록을 갱신할 만큼 열심히 찍었다”고 말했고 진짜 국새를 찾기위해 고군분투하는 역사학자를 연기한 조재현도 “NG를 220번 낸 신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발성 등 연기력이 좋아졌다는 평가에 대해 국정원 서기관을 맡은 차인표는 “촬영 시작 전 강 감독의 요구로 연기수업을 받았다. 특별한 일은 아니고 나 이외에도 많은 배우들이 연기 수업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국무총리 역을 맡아 안성기와 함께 극을 이끈 문성근은 “여러 사람이 혼신을 다해 만든 작품이라고 자부한다. 권 총리 역에 대해서는 해보고 싶은 캐릭터라는 욕심이 나서 즐겁게 연기했다”고 말했다.
‘한반도’는 팩션 영화다. 시대적 상황과 실제 사건의 바탕 위에 영화적 상상을 얹은 장르다.
강 감독은 영화 속 실제와 허구의 경계에 대해 “명성황후 시해, 고종황제 독살 등 민감한 부분이 많아 사료를 모아서 확인했다. 국새에 관한 부분도 터무니없는 상상이라고는 치부할 수 없을 만큼은 자료조사를 했다. 예를 들어 명성황후 시해 장면을 보면, 영화 속에서 잔인하게 그렸는데 사료를 보면 ‘더 해도 됐다’ 싶을 정도다. 흔히 궁녀로 변장해 도망다녔다고 알고 있는데 러시아 공사 베베르가 니콜라이 2세에게 보고한 바에 따르면 그런 표현이 전혀 없고 옥호루 앞에서 당당하게 죽은 것으로 돼 있다. 결론적으로 어느 부분까지가 팩트이고 어디부터가 픽션인지를 따져야 할 것은 아니다라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화 ‘비열한 거리’가 관객 100만명을 돌파하며 헐리우드 대작 ‘엑스맨:최후의 전쟁’과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반도’가 ‘비열한 거리’와 한국영화 시장을 이끌 쌍끌이로 나서는 날짜는 내달 13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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