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저금통 어디 있어?” 초등학생인 딸이 아침부터 성화다. 오늘은 지난 주 학교에서 나눠준 저금통에 동전을 채워 가야하는 날인데 저금통을 어디에 두었는지도 모른다. 가방을 어깨에 둘러맨 체 발을 동동 구르는 딸의 모습은 숙제를 다 하지 못한 불안감으로 가득했다. 부산을 떨며 방 한 쪽 구석에 방치되어 있는 저금통을 찾았지만 텅 비었다. 급한 마음에 엄마는 좋은 일에 사용된다는 생각과 자녀의 기를 살려준다는 마음으로 만 원짜리 한 장을 저금통에 구겨 넣어 딸의 가방에 넣어준다. 딸은 엄마의 신속한 행동으로 숙제를 무리 없이 마무리했기에 학교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아이들에게 나눔이란 어떤 의미일까? 일 년에 한 두 차례 동전을 모아오는 행위가 나눔일까? ‘나눔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어렵지만 ‘그것이 나눔이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더 부담스럽다. 그래서 나눔에도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일 년에 한두 번 주머니 속의 동전을 기부한 것으로 나눔의 역할을 다했다고 인식한다면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아이들에게 나눔은 그 결과보다도 나눔의 참 의미와 실천 방법을 알려주는 것에 포인트를 두어야 한다. 나눔은 많이 가졌으니 베푸는 형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나눔은 이미 소유했기 때문에 나눌 수 있어야 한다. 가진 것의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이유와 가치로 사회와 나누고 있느냐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어야 한다.
‘내 아이는 특별하다’는 광고 카피처럼 자녀교육에 극성인 부모들이 많다. 자녀가 사회의 리더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부모라면 꼭 필요한 선택이 나눔이다. 리더의 덕목은 함께하고 배려함에서 시작된다. 자녀이름으로 후원하면 교육적인 효과가 매우 크다. 자신의 힘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참교육이다. 후원을 시작한 후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자녀 이름으로 된 후원증서를 아이에게 주는 전달식을 가져보라. 학교에서 상장을 전달하듯이 아버지가 자녀에게 전달하고 엄마와 형제는 박수를 치게 하는 것이다. 아이는 그 순간을 세상의 어떤 상장과도 비교될 수 없는 가치 있는 모습으로 기억할 것이다.
나눔을 실천하는 아이들은 먼저 남을 배려할 줄 안다. 배려하는 마음은 감사함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감사한 마음은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존중을 받게 되어 나라의 큰 인물이 되는 밑거름이 된다. 아이들의 학습능력은 어른들의 상상을 초월하므로, 나눔 실천은 부모가 바라는 것 이상의 교육적인 효과를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다. 나눔의 가장 큰 의미는 참여자체 보다도 지속하는데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매월 자신의 용돈 일부를 모아 고등학교까지 결식아동을 후원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일 년에 한두 번 모금활동에 참여한 친구들이나, 자원봉사 수십 시간 한 것과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눔이란 얼마나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느냐에 그 의미를 부여한다. 그리고 어떤 보상을 바라고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 아닐지라도 자녀이름으로 후원하면 부모가 소득공제혜택을 100%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부모가 회사를 통해 매월 기부하는 것으로 사회적인 역할을 다했다는 생각은 버렸으면 좋겠다. 나눔이 아이들에게 깨달음이 되어 우리사회의 문화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라고 싶다.
나눔을 선택한 아이들은 특별해진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것이 나눔의 진미다. 요즘은 출산의 기쁨을 후원으로 시작하는 선견지명을 가진 부모들이 많다.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이 나눔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반길 일이다. 자녀이름으로 후원하는 것은 빠를수록 좋다. 엄마의 위대한 선택을 기대한다. /권혁철 어린이재단 후원자 서비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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