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도 모르는 채 우리는 서로의 인생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신경숙 ‘모르는 여인들’ 작가의 말 中
고독하고 외로운 이들의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를 이야기하며 이들을 위안하는 책이 이따라 출간됐다. 신경숙과 한강, 일본의 대표 여류작가 오가와 요코가 각각 신작 소설집과 소설을 내놓았다. 이들 신작은 별다를 것 없이 제각각 살아가는 현대인이 보이지 않게 어깨를 맞대고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며 쓸쓸하고, 우울한 일상을 달랜다. 섬세하고 절제된 언어로 일깨우는 책읽기의 즐거움도 쏠쏠하다.
■모르는 여인들(신경숙 著/문학동네 刊)
2003년 펴낸 ‘종소리’ 이후 팔 년 만에 내놓은 여섯 번째 단편집.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를 쓰는 사이사이 집필했다.
책에 실린 일곱 편의 단편은 세상의 중심부에서 벗어나 주변을 떠도는 잘나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사람들을 그려냈다. 군중 속에서 곧잘 묻혀버리는 익명의 인물들은, 현대인이 되어가며 잃어버린 따뜻한 체온과 연민을 지니고 있다. 지난 팔 년 중 작가가 가장 침울하고, 내적으로 혼란스러울 때 써낸 글들로 외롭고 슬픈 이들의 어깨를 토닥인다. 값 1만2천원
■희랍어 시간(한강 著/문학동네 刊)
희랍어는 고대그리스어를 칭하는 것으로 지금은 통용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소설 속에서는 죽은 언어라고 표현한다. 소설은 원인 없이 말을 잃고 하지 못하게 된 여자와, 점차 볼 수 없게 된 남자의 이야기다. 죽은 언어를 가르치는 남자와 이를 배우는 여자가 만나 서로의 기척을 느껴가는 과정을 담았다. 무언가를 상실해버린 이들의 서툴고 조심스러운 만남은 차가운 공기를 천천히 덥힌다.
자세하고 세밀한 설명보다는 기미와 흔적을 느껴가며 하나의 단단한 이야기를 엮어나가는 느낌이다. 더하고, 덜함 없이 적절한 감정과 고르고 고른 단어는 국내소설을 읽는 일종의 쾌감을 준다. 값 1만원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오가와 요코 著/현대문학 刊)
일본의 대표적 여성 작가 오가와 요코의 장편소설. 소설속 주인공은 열한 살 몸으로 성장을 멈춘 소년이다. 소년은 누구보다도 자유롭게 체스를 두며 아름다운 기보를 남긴다. 위아래 입술이 붙은 채 태어난 고독한 소년은 소녀 미라와 코끼리를 친구삼아 지낸다. 모습을 보일 수도 없고,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체스판 밑에서 체스를 두면서도 누구를 만나든 시와 같이 아름다운 기보를 남긴다. 심원한 체스의 세계에는 이뤄지는 마음과 마음의 소통이 있다.
현실과 공상이 신비하게 뒤얽힌 내용은, 소년의 투명하고 아름다운 삶을 섬세하고 기품 있는 문체로 그렸다. 값 1만3천원
성보경기자 boccum@kyoe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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