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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2 (수) 메뉴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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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면서]쌍둥이 자매

오늘은 쌍둥이 엄마와 나눈 자매 이야기를 옮기는 것으로 아침을 열겠다.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다솔이와 다은이는 쌍둥이 자매다. 이들이 자원봉사활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중학교 1학년 때다.

 

초등학교 졸업을 앞둔 어느 날, 우연히 청소년수련관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이들은 처음에는 궁금함을 해소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많은 또래와 함께하는 활동이 보람이 있었고 흥미롭기만 했단다.

 

쌍둥이 엄마는 “우리 쌍둥이가 친구들과 더불어 생활하는 지혜를 터득하고, 봉사활동으로 사랑과 나눔의 소중함을 알게 된 기회였다”고 말한다.

 

중학교 2학년이 되어서는 봉사활동을 본격적으로 하게 된다. 주말에는 어김없이 독거노인 댁에 도시락을 배달했다.

 

어느 추운 겨울날의 일이다. 문을 두드리며 40분간을 기다려도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돌아오다가, 혹시나 해서 다시 확인하러 갔다가 다행스럽게 할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언어장애뿐만 아니라 하반신 마비로 거동이 아주 불편하신 할머니께서 문을 열어주는 데 40분이나 걸린 것이다.

 

그날 쌍둥이 딸들이 집에 돌아와서는 펑펑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자식들이 도대체 뭘 하기에, 불쌍한 할머니가 혼자서 살아 가셔야하지?”라고 하면서 “할머니를 끝까지 돌봐 드려야 한다”고 다짐을 하는 딸들이 대견스럽고 감사했단다.

 

이후 쌍둥이 엄마는 바르게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은 어른의 스승이다’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고, 이가 자원봉사 활동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 달에 정기적으로 세 번은 아이들과 함께 참여하는 가족봉사단 활동을 하였는데, 주로 노인요양원을 방문하여 청소도 하고 어르신들의 말동무도 되어주고 종이 접기 등 어르신들과 함께할 수 있는 재능 나눔도 하며, 봄 가을에는 어르신들을 모시고 야외 나들이도 하는 일들을 벌써 5년째 하고 있다.

 

주말이 되면 요양원에 홀로 계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보고 싶어서 극성을 떠는 쌍둥이 자매들의 행동이 예쁘기만 하다는 것이다.

 

대학입시 준비 때문에 초조해하고 있는 다른 학부모들과는 쌍둥이 엄마의 생각은 좀 다르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쌍둥이 자매들이 올해에도 자원봉사활동을 계속하는 것이 입시준비에 지장이 없겠냐고 묻는 필자에게 쌍둥이 엄마는 “자신들이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인데요. 그리고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고 대답한다.

 

“남들에게는 한가한 얘기로 들릴지는 몰라도, 자원봉사 활동을 하면서 우리 딸 아이들은 바르게 자라왔고 공부도 더 열심히 하고 있다”는 말을 보태주었다.

 

쌍둥이 엄마의 생각이 남다른 것이 또 하나 있다. 학생봉사활동 시간을 억지로 채우기 위한 자원봉사활동은 교육적인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방학기간만을 이용한 지속성이 결여된 봉사활동은 지극히 형식적이고 진정한 봉사활동이라고 말하기가 곤란하다는 것이다.

 

최근 학교폭력을 둘러싼 논의를 살펴보면 문제의 핵심은 뜻밖에 단순하다. 학교폭력 발생에는 다양한 원인이 작용하지만, 입시공부 외엔 아무것도 허락되지 않고 친구를 밟고서라도 경쟁에서 이기도록 강요받는 비인간적 교육풍토가 큰 원인이라는 데는 거의 모두가 동의한다.

 

학교폭력의 해법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 우리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자유롭고 주체적인 인간으로 살 수 있도록 하려는 최소한의 배려에서 찾아야 한다.

 

인권감수성을 키워주는 일 즉, 학생인권존중을 전제로 하지 않는 학교폭력 대책은 존재할 수 없다고 본다. 경쟁중심의 가치를 협동 중심의 가치로, 물질중심의 가치를 인간중심의 가치로 변화시키는 생애교육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자원봉사활동을 통하여 사랑과 나눔 그리고 배려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인간은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임을 체험하며 늘 행복해 하는 쌍둥이 자매와 그들의 훌륭한 멘토 쌍둥이 엄마에게 박수를 보낸다.

 

/인천자원봉사센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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