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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2 (수) 메뉴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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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면서] 부패 즉사 청렴 영생!

재경이라는 목수가 있었다. 그의 솜씨는 노나라의 임금도 혀를 두를 지경이었다. 어느 날 임금이 목수에게 물었다. “자네의 기술은 무엇인가?” 재경은 대답하기를 “저는 목수일 뿐 무슨 특별한 기술이 있겠습니까? 다만 저는 일을 할 때 기(氣)를 함부로 소모하지 않고 재계하여 마음을 가라앉힙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이렇게 진행된다.

한 자리에 몸을 앉히고 사흘을 재계하면 축하나 상, 혹은 벼슬이나 녹에 관한 생각을 품지 않게 된다. 또 닷새를 재계하면 비난이나 칭찬에 연연치 않게 되고. 이레를 재계하면 문득 사지나 몸뚱이가 있다는 사실조차 잊게 된다. 이쯤 되면 무슨 공무니 조정이니 하는 생각은 없어지고, 오로지 기술에만 전념하게 된다는데. 그렇게 외부적 요인이 완전히 제거된 후에야 재경은 숲에 들어가 나무의 본래 성질대로 하늘과의 합을 이룬다 했다.

이상은 ‘장자’외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두 사람의 대화를 단순하게 풀이하자면 마음을 비운다는 이야기다. 내가 즐겨 읽는 책 ‘그리스인 조르바’에서도 일자무식인 조르바가 공부를 엄청나게 한 주인에게 서슴없이 직언한다. “주인님이 원하는 것이 없다면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두려울 것이 없다면 자유 할 수 있을 겁니다.” 이 말 역시 나는 진정한 마음이면 두려울 것이 없고, 두렵지 않으면 자유 할 수 있는 것이라 해석했다. 그리고 그는 비록 일자무식이지만 자기의 행동이 하늘의 뜻을 거스르지 않는 자연처럼 정직하기를 염원한다. 이야기를 직방으로 들어가자면 ‘부패 즉사 청렴 영생(腐敗卽死 淸廉永生)’ 부패하면 그 자리에서 죽음이고 청렴하면 영원히 살 수 있다는 말이 아닌가.

이 말은 내가 글감을 고르기 위해 여러 블로그를 돌아다니다 손아귀에 쥐게 된 말이다. 어느 공무원 시인이 새해 아침 결재를 받으러 갔다가 ‘김문수 지사’에게 받은 휘호라고 했다. ‘부패 즉사 청렴 영생’ 은 평소 김문수 지사의 정치 신념이자 행정 신념이기도 하다, 공무원시인은 짧은 글로 자신의 상사를 소개했다.

그리고 그는 그날의 분위기와 그의 친필을 복사해서 블로그에 예쁘게 올려놓았던 것이다. 정치인에게 부패란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청렴이란 또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날 내가 본 ‘김문수 지사’의 필체는 무척이나 날카롭고 결기가 선연했다.

또한 ‘청렴을 부하 직원에게 명령할 수 있는 상사는 자신이 대나무처럼 결이 곧아야 하는 법인데, 자신이 오래 곁에서 모셨던 ‘김문수 지사’는 청렴에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쪽이다’고 그를 소개했다. 곰곰 생각해 보면 그들의 관계는 떼려야 뗄 수도 없는 공무의 관계이겠지만, 부하 직원에게 서슴없이 삶과 죽음을 들이밀 수 있는 상관이라면 그 또한 청렴에 대해서는 매 순간 목숨 줄을 내놓고 살았던 것은 아닐까.

나는 세상이 아무리 변한다 해도 절대로 믿고 싶은 무엇이 있다. 날이 시퍼렇게 서서 눈길만으로도 불이 붙는 무엇. 가난해도 정신만은 살아있는 무엇.

조선조 때 남명 조식 선생은 벼슬길에 나아가는 것을 거부하고 철저하게 처사로서의 삶을 일관하면서 학행을 닦았다. 늘 마음을 닦아 마음 안을 비웠으며, 걸음을 걸을 때는 방울을 차고 다니면서 정신을 일깨웠다. 또한, 몸에 는 칼을 지니면서 마음의 혼미함을 물리치기도 했다. 조식 선생이 임금에게 올렸던 상소문은 앞뒤 재지 않았던 직언으로도 유명한데, 이는 임금을 비판하는데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글이었다.

그렇다면 그는 우리와는 달리 목숨이 서너 개쯤 달린 괴물이었을까. 선생은 아마도 솜씨 좋은 목수 ‘재경’이 말했던 것처럼 자기 일신상의 돌봄 없이 마음을 재계하고 오로지 임금을 깊이 받들어 섬겼던 것이리라. 그렇게 어느 공무원 시인의 간절한 마음처럼 ‘부패 즉사 청렴 영생(腐敗卽死 淸廉永生)’을 실천하는 좁은 문의 가난한 공직 사회. 나는 그들의 마음을 티끌 하나 의심 없이 믿고 싶다, 아니 믿는다.

손 현 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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