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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론] 고향으로서의 다문화사회 함께 만들어가야

따뜻해진 날씨와 함께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한국어 수업이 시작되면서 선생님의 발성에 맞춰 단어를 따라 읽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린다.

그런 경쾌함은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결혼이민여성들이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싶은 마음과 하루 속히 한국사회에서 한 사람의 국민으로 안정적으로 잘 지내고 싶은 소망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문화사회에 대한 논의는 이제 새로울 것이 없을 만큼 회자되어 왔다. 조너선 색스는 ‘사회의 재창조’에서 다문화사회의 통합을 이루는 방법론에 대하여 재미있는 비유를 사용하였다.

사회의 형태를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는데 그것은 ‘시골별장으로서의 사회’, ‘호텔로서의 사회’, ‘고향으로서의 사회’이다. 먼저 ‘시골별장으로서의 사회’는 외지인이 살 곳을 찾아 떠돌고 있을 때 별장으로 들어선다면 별장주인은 따뜻한 환대로 맞아주는 자비로운 사람이지만 외지인들은 여전히 그 집의 손님일 뿐 그 집의 주인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호텔로서의 사회’는 외지인들이 대도시 한복판을 걷다가 호텔에 머물게 된다면 잠시 편히 쉴 수는 있으나 그 곳을 소유할 수는 없고 다른 손님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한 투숙객으로서 시골별장이 줄 수 없는 자유와 동등한 권리를 제공받지만 그것은 계약관계 안에서 보장받는 것이어서 그 곳에 애착을 느끼며 뿌리를 내릴 수는 없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향으로서의 사회’는 외지인들이 작은 도시에 도착했을 때 별장이나 호텔은 없지만 비어있는 땅을 제공하고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벽돌과 자제들이 준비되어 있어 터전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그것은 고향으로서의 사회가 된다는 것이다. 내가 건설하고 있는 거주지에 에너지를 쏟아 단순한 계약관계가 아닌 사회에 일익을 담당하는 존재로 정체성을 갖게 될 때 비로소 뿌리내릴 수 있는 것이다.

이미 거주하고 있는 도시의 사람들은 이주민들이 건설하는 집이 그들의 집과 조화를 이루어야 하지만 ‘고향으로서의 사회’는 그러한 환경과 장소에서 주인으로 살아가게 될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창조하게 되고, 이러한 사회모델은 이주민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면서 더 많은 결실을 이루어낸다. 이주민들은 여전히 낯설고 다르지만 오랜 기간 함께 일하면서 효과가 나타나 우호관계가 형성된다. 이 모델이 바로 이 책의 원제인 ‘the home we built together’모델이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관용이다. 이주민은 새로운 문화에 대한 생소함에서 갈등과 충격을 겪을 수밖에 없고 그러한 충격을 완화시켜 나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은 사회통합을 위해 중요한 과제이다. 이주민은 언어소통의 어려움, 일상생활의 변화에서 오는 혼란, 인간관계의 변화에서 경험하는 자기 정체성의 문제 등 많은 충격을 딛고 생활해나가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하며 그 과정을 통과해야만 한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한 자연스러운 열쇠로 우리에게 다가온 이주민에 대해 우린 어떻게 받아들이는 마음을 가질 것인가. 그것은 조너선 색스가 제안한 것처럼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고향으로서의 사회’ 속에 함께 거주하는 것이다.

그들이 스스로 사회구성원으로 참여하며 좋은 방향성을 갖는 사회통합을 이루어가게 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을 제2의 고향으로 삼은 이주민들은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 좋은 제안을 내어 놓을 수 있는 귀인으로 우리에게 온 것일지 모른다.

김 자 영 부평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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