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산 소나무 다 말라죽어간다
푸사리움 가지마름병에 잎떨림병까지 습격
도심ㆍ타 지역 확산 우려… 방제 대책 시급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소나무 재선충병이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전국을 강타한 가운데 이번에는 수원시민을 비롯해 경기도민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광교산에 ‘소나무 말라리아’로 일컬어지는 ‘푸사리움 가지마름병’이 엄습하고 있다.
또한 광교산 주변 주택가와 아파트 단지 등에 식재된 소나무 사이에서는 4~5월에 유행하는 ‘소나무 잎떨림병’까지 발병, 시급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13일 오전 수원시 장안구 연무동 광교산 일대.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의 광교산은 싱싱한 푸른 빛을 자랑하고 있었다. 평일임에도 이를 즐기려는 등산객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그러나 등산로 주변 짙푸른 나무 사이로 앙상하게 가지만 남은 20여m 높이의 소나무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그나마 잎이 남아있던 소나무들도 이미 잎이 누렇게 변한 채 고사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죽어가는 소나무는 한두 그루가 아니었고 광교산 일대 대부분의 소나무가 유사한 모습이었다.
광교산에서 퍼져 나와 광교산 산림축에 속하는 영통구 이의동 혜령공원 산책로에 있는 소나무들도 상태가 좋지 않았다. 4~5그루의 소나무는 이미 말라 죽었고 다른 소나무들은 모두 잎이 갈색으로 변해 건강한 소나무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처럼 광교산 일대의 소나무가 고사 되는 이유는 ‘소나무 말라리아’로 일컬어지는 ‘푸사리움 가지마름병’ 때문이다.
지난 1996년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푸사리움 가지마름병은 미국이 원산지인 ‘리기다소나무’에 주로 발병하며 병균이 나무 속으로 침투해 고사에 이르게 하는 치명적인 나무 질병이다.
지난 1960~70년대 녹화사업을 하면서 리기다소나무가 광교산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 식재됐는데, 최근 이상 고온 현상이 나타나며 이 병이 전국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산책을 나온 주민 K씨(51ㆍ여)는 “언제부터인지 소나무가 색이 변하더니 죽어가더라”며 “가뜩이나 소나무 재선충병이 유행해 많은 나무가 고사했다던데 환경이 망가지는 것 같아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4~5월에 유행하는 소나무 잎떨림병도 광교산 주변 주택가나 아파트 등지에서 발병, 높이 2~3m 정도의 작은 소나무를 중심으로 고사가 진행 중이다.
이처럼 광교산 일대에서 푸사리움 가지마름병과 소나무 잎떨림병이 발병하면서 광교산 일대 뿐 아니라 도심이나 타 지역으로의 확산이 우려돼 조속한 방제가 요구되고 있다.
권건형 경기도 산림환경연구소 녹지연구사는 “소나무에 치명적인 푸사리움 가지마름병이 현재 광교산뿐아니라 전국적으로 퍼져 있는 상황이며 도심에서는 소나무 잎떨림병도 유행하고 있다”며 “저항성 품종 육성 등 새로운 산림관리와 함께 시기에 맞는 적절한 방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관주기자 leekj5@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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