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경기가 열린 인천 SK행복드림구장. SK가 4대3으로 앞선 8회초 1사 만루, 볼 카운트는 2스트라이크 1볼이었다.
SK 좌완 불펜 정우람은 결정구로 139㎞짜리 직구를 던졌다. 넥센 윤석민의 방망이는 가볍게 돌아갔고, 타구는 아치를 그리며 좌중간을 갈랐다. 결승 3타점 적시타였다.
SK는 9회말 2사 2,3루 기회를 잡았으나, 임훈이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나 아쉬움을 삼켰다. 승부처에서 터진 윤석민의 한 방이 승패를 뒤엎은 셈이었다.
정우람은 이날 경기 전까지 6경기에 중간계투로 등판해 2승, 1홀드 방어율 0의 완벽한 모습을 보였다. 더욱이 피안타가 단 1개에 불과했다. 그야말로 ‘철벽불펜’이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0㎞에도 못 미치지만, 슬라이더ㆍ체인지업 등 여러 구종을 원하는 곳에 넣을 수 있는 제구력이 빛을 발하면서 SK의 뒷문을 책임져 왔다.
하지만 정우람은 이날 ⅓이닝 동안 2피안타 2볼넷 3실점하며 시즌 첫 패를 안았다. 윤석민과의 승부에서 결정구로 사용한 직구가 패배의 빌미가 됐다. 포수 정상호가 요구한 공은 안쪽으로 파고드는 직구였으나, 공은 가운데로 몰렸다. 엄밀한 실투였다. 정우람은 실점 직후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정우람은 왜 결정구로 직구를 선택했을까. 1사 만루 상황에 상대 윤석민은 우타자였다. 분명히 최상의 시나리오는 주무기인 체인지업을 이용해 땅볼을 유도, 병살처리였을 것이다.
이에 대한 해답은 윤석민에 앞서 펼친 박헌도와의 승부에서 찾을 수 있다. 정우람은 박헌도와 7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볼넷을 허용했다. 그는 7개 공 가운데 체인지업을 3개나 던졌다. 1구, 2구 그리고 마지막 7구째였다.
하지만 박헌도의 방망이는 단 한 차례도 돌지 않았다. 만약 이때 박헌도가 정우람의 체인지업에 반응했다면, 윤석민과의 승부도 어찌 됐을지 모를 일이다. 이 때문일까. 김용희 SK 감독은 경기가 끝나고 “8회 박헌도 타석에서의 승부가 아쉬웠다”고 말했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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