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하 두번째 시집 ‘백화산 풀벌레’
겉으로는 돌아가신 부모님이 계신 곳에 소나무가 두 그루밖에 없다며 슬퍼하는 듯하다. 하지만 그 속에는 부모님과의 오랜 추억이 담겨 따뜻한 사랑이 묻어난다.
박용하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백화산 풀벌레>는 총 58편의 시가 담겼다. 시를 문자 그대로 읽으면 쓸쓸하고, 외로운 듯한 감정이 전부인 듯하지만 곱씹어보면 다르다. 가족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면서 따뜻해진다.
‘아버지 편지’는 제목처럼 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린다. 그리워하는 감정보다 아버지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기억할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 더 강하게 다가온다. ‘어머니의 빈자리’에서도 마찬가지다. 늘 기억하고, 떠올리는 게 일상생활이 된 지금은 그리움보다 사랑의 감정이 더욱 짙다.
시인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사회 전반에도 확장한다. 다만, 사회에 대해서는 아쉬워하는 모습이 조금 더 두드러진다. 너무 빨리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들 찔레꽃가뭄’에서 그런 시인의 감정이 잘 드러난다. “지금은 빌딩의 숲이 가뭄 모른 채 크고 있다”는 시구는 비판적이기까지 하다. 안타까운 감정이 강하게 느껴지지만 사실 이 또한 사회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표현이다.
시인의 이번 시집 <백화산 풀벌레>는 첫 시집 <선운사 이팝나무>을 낸 지 10년 만의 신작이다. 10여년 동안 시인이 바라본 세상과 느낀 감정이 시집에 가득 담겼다.
시인이 “엮고 보니 새롭지 못하고, 미숙함이 많아 마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다”며 아쉬워하는 것과 달리 그리운 감정이나 비판적인 표현까지 따뜻하게 감싸는 그의 시구가 감동을 선사한다. 값 1만원.
신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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