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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6 (일) 메뉴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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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천항만公, 크루즈 모항 포기할 작정인가

망신도 이런 망신은 없다. 인천을 모항(母港)으로 한 크루즈선 운항이 초장부터 불발된 건 고질적인 조급증과 준비부족 등으로 인한 시행착오 결과다. 이탈리아의 11만톤급 크루즈선 코스타 세레나호(정원 3천700여 명)는 지난 7일 인천항 신국제여객터미널에서 관광객 1천900명을 태우고 출항, 중국 상하이·일본 가고시마를 거쳐 13일 인천항에 돌아올 예정이었다. 인천을 모항으로 한 최초의 출항 계획이었다.

그동안 인천은 크루즈선이 잠시 들르는 기항지(寄港地) 역할에 그쳤던 터여서 이번 크루즈선 출항이 ‘인천 크루즈선 모항’ 성공의 첫발이 될 것이라며 항만업계의 관심이 집중됐었다. 그러나 국내 전세선 운영사인 투어컴크루즈(주) 측의 모객 부족으로 인한 자금 유동성 악화로 선사인 코스타 세레나에 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계약이 해제됐다. 이로 인해 지난 5일 중국 상하이를 출항, 인천으로 오던 코스타 세레나호가 회항하는 연쇄적 사태가 벌어졌다.

크루즈 관광객을 모아 출항하는 모항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기항지보다 월등하다. 예컨대 7만톤급 1척의 연간 모항 운영비는 3천216억원이며, 1천500명의 일자리 창출효과가 있다. 또 모항의 관광객 체류기간이 길어 기항지보다 소비 지출효과가 2배 이상 높다. 모항에선 크루즈선이 이동하는 동안 필요한 물품과 식료품 등 구매활동이 이뤄지기 때문에 연관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크다.

이 때문에 IPA와 인천시 등은 역점사업으로 인천의 크루즈 모항을 추진해왔으나 출발점에서부터 운항 취소 사태가 벌어진 거다. IPA 등이 전세선 운영사의 능력 검증 미흡 등 준비가 주도면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크루즈선 출항 불발 하루 전(6일)까지도 사태를 파악하지 못한 채 모항 역할 홍보에만 열을 올렸다. “크루즈 모항 출항을 계기로 인천이 해양관광 메카로 태어난다”는 홍보성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그랬던 인천시가 몇 시간 후 출항 취소 사실이 알려지자 모항 출항 계획은 IPA의 주도 사업이라고 발뺌하며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 비겁하고 졸렬한 태도다. 책임 있는 행정기관이 취할 행태가 아니다. 주무 기관인 IPA는 한술 더 뜨고 있다. 크루즈선 출항 무산은 “항만공사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며 전세선 운영사(여행사)에서 해결할 문제라고 남의 일 보듯 무관심이다. 직무를 저버린 처사다. 관광객 유치가 주요 사업인 인천관광공사도 마찬가지다. 이번 사태는 “관광공사와 무관하다”며 소 닭 보듯 하고 있다. 이처럼 지역 주요 현안에 대해 관련 기관들이 나몰라하니 한심한 일이다. 크루즈선 모항 육성을 위한 관련 기관들의 역량 결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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