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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무디스의 ‘판문점 선언’ 평가와 트럼프의 북미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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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에 대해 한국 신용도에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남북 정상 간의 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이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가 적어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크리스티안 드 구즈만 한국 담당 국가신용등급 총괄이사는 신용전망 보고서에서 “판문점 선언은 더욱 실질적인 추가 협상과 지정학적 긴장 완화의 전주곡”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27일 판문점에서 이뤄진 남북정상회담은 전 세계에 생중계되면서 지구촌 뉴스의 중심에 있었다. 북한 3세대 지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제1부부장을 비롯해 고위급인사가 남측 경계선을 걸어서 온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만남이 있는지 11년 만이다. 과거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대한민국의 대통령과 정부 고위급 인사를 북한으로 초대해 정치적 상황을 타개하려 했다. 그러나 이날 김 위원장의 행보는 초반부터 파격적이고 경천동지(驚天動地)했다.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느냐”는 문 대통령의 물음에 “그럼 지금 넘어가볼까요”라며 김 위원장이 손을 이끌었다. 두 정상이 손을 잡고 북으로 넘어간 뒤 다시 남으로 건너는 깜짝 이벤트가 연출됐다. 

방송을 보는 이의 탄성이 절로 나오게 했다. 특히 ‘도보다리’ 위 두 정상의 대화 모습은 세계 외교사의 명장면으로 기록될 것이다. 김 위원장은 북으로 돌아가기까지 시종일관 여유롭고 당당했다. 문 대통령에 말을 건네는 모습도 깍듯했으며 명확한 말투는 문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과 예의를 다하는 모습으로 다가왔다. 

방송을 보는 사람 대부분이 김 위원장에 대해 호의적으로 느끼기에 충분했다. 정상 간에 만남은 분명히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그 사실은 대한민국 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이 인정한다. 이번 남북 정상 간의 대화와 협상으로 북한의 표준시가 바뀌고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는 등 안정적이고 구조적이며 실제로 남북관계가 급변하고 있다.

 

하지만 무디스의 평가를 냉정하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즈만 이사는 “남북 정상 간 평화의 진전을 위한 합의에도 남북 간 긴장을 영원히 종식하기까지는 불확실성이 여전히 많다”고 전제한 뒤 미국과 중국 등도 관련된 복잡한 문제가 남아 있음을 지적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도 남북정상회담이 한반도에서 최근 수개월간 고조된 남북 간 긴장을 완화했지만 무력충돌 관련 위험을 제거하지는 못했다고 진단했다. 

미국이 북한과의 정상외교로 비핵화를 달성할 수 없다고 느낄 경우 한반도 긴장은 다시 증폭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 관계 정상화에 따른 후속 과정이 진행되더라도 군사적 긴장완화, 즉 북한 핵의 실제적 포기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해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 요소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와중에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가 대한민국을 흔들었다. 문 특보의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렵다’는 외국 외교전문지 기고는 여야의 공방을 떠나 국민에게 ‘주한미군 철수 현실화’의 불안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남북정상회담 후 호의적인 시각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북핵과 주한미군문제는 우리 안보와 직결됐다.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문제로 평화협정과는 무관하다”라는 견해를 서둘러 내놓은 것도 사안의 민감을 고려해 조기 진화하려는 뜻으로 해석된다. 판문점 선언에서 제시된 공통의 목적을 실현하기까지 갈 길이 멀다. 과거 북한이 수용했던 추가 회담, 교류 행사, 이산가족 상봉, 대북방송 중단 등은 양보라고 하기 어렵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상이 정전협정에서 종전선언을 통한 평화협정이라도 ‘선(先) 핵 폐기 후(後) 관계정상화’여야 한다. 달랑 핵 실험장 1곳을 폐기한다 해서 ‘북이 핵을 포기했다’고 낙관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에 꽂혀 우를 범하지 않을까 불안하다. 북미회담에 주목하는 이유다.

 

김창학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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