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개발연구원이 특별한 문화 행사를 제안했다. 경기도민이 함께하는 가칭 ‘기전문화제’다. 기전(畿甸)의 지역적 구분은 경기와 인천이다. 기전문화는 경기와 인천의 문화를 말한다. 경기연의 제언은 결국 ‘경기 인천 문화의 창달’로 연결된다. 보고서 제목에도 그 취지가 명확하다. ‘경기도의 지역 정체성 강화 해법-천 년 왕도의 기전 문화제 도입으로 시작’. “경기도민의 소속감과 자긍심을 높여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번 제언에 적극 공감한다. 경기도는 정체성이 없는 지역이다. 문화는 31개 시군이 서로 다르다. 경기도로 묶인 문화가 없다. 정치에도 경기도 정서는 없다. 한국 정치의 영원한 변방으로 겉돈다.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거의 모든 민선(民選) 지사가 얘기했다. 나름의 고민과 대화도 있었다. 하지만, 실행에 옮겨진 것은 없다. 그저 ‘탓’만 하다가 끝났다. 결국엔 ‘정체성 없는 것이 정체성이다’라고 자조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면에서 제언 자체로 의미 있다. 기전문화제는 구체적 행동 제언이다. 실천으로 옮겨가는 구체적 구상이다. 공개된 밑그림도 나쁘지 않다. 경기도민의 날(10월 19일)을 기점으로 삼고 있다. 도청소재지인 수원을 중심 무대로 상정했다.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의 개막식, 기전 문화 체험 행사 등의 안(案)도 그려 넣었다. 처음부터 완성된 문화는 없다. 시작이 중요하다. 기전문화제는 실천으로 옮겨 갈 가치가 충분히 있다.
여기에 꼭 주문해두고자 하는 방향이 있다. 경기도 정체성이 없는 원인에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인구 분포에서 필연적으로 도출되는 결과다. 1985년 479만명이던 경기도 인구는 2015년에 1천174만명이 됐다. 총 인구에서의 비율이 11.9%에서 24.3%로 늘었다. 1기 신도시(1990년대)와 2기 신도시(2000년 초)에 유입된 외부 인구다. 토박이 비중이 그만큼 급락했다. 1960년 97.2%이던 토박이의 비중이 2015년 25.3%로 낮아졌다.
75%가 경기도 출신이 아닌 것이다. 호남 향우회, 영남 향우회, 충청 향우회가 저마다 ‘도민의 30%’라고 주장한다. 여기에 지방자치 이후 갈라선 시군 문화까지 있다. 31개 시군마다 독자적인 문화를 만들어왔다. 먹거리 창출을 위한 차별화였다. 역사적 고리가 같은 문화조차 쪼개지고 갈라섰다. 지방 문화 행정 독립이 가져온 필연적 세분화다. 이런 행정이 쌓이면서 ‘경기도 정체성’은 더 희미해졌다. 이게 현실이다.
외지인 75% 경기도, 31개 문화 공존 경기도…. 이를 인정해야 한다. 그 다양성이 출발이어야 한다. 모처럼 등장한 정체성 확립 제언이다. 기전문화제가 눈앞에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그런 바람을 담아 전하는 작은 첨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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