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녀 할머니가 평화의 소녀상으로 고향인 여주에 돌아왔다.
제75회 광복절을 기념해 ‘여주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서종훈 여주평화의 소녀상 추진위원회장은 “여주 출신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녀 할머니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이 여주 세종로 한글시장 입구에 설치됐다”면서 “광복절에 맞춰 제막식을 진행했다”고 17일 밝혔다.
여주평화의 소녀상 추진위원회가 주관하고 이영선 작가의 재능기부로 제작된 소녀상은 16살 어린 나이에 일본 전쟁에 끌려가 싱가포르와 미얀마 등지에서 갖은 고초를 겪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녀 할머니의 추모상이다.
지난해 2월 출범한 여주평화의 소녀상 추진위원회는 여주 시민 565명과 120개 단체가 1년여 동안 모금한 4천900만 원으로 ‘여주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 10여 개월간 준비 끝에 지난 7일 여주 세종로 한글시장 입구에 설치됐다.
여주 평화의 소녀상은 가로 200cm, 세로 130cm, 높이 220cm의 브론즈(청동) 소녀상과 화강암의 받침대와 배경석으로 구성, 자유와 평화의 이상이 실현된 시대, 새로운 역사의 출발과 먼저 떠나신 할머니들의 넋이 자유롭고 아름다운 세상에서 편히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나비와 일본 침략이라는 거센 역사의 바람에 맞서며 꿋꿋이 한 발 앞으로 나아가는 소녀의 모습을 통해 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다짐이 담겨 있다.
소녀상 오른손에 놓인 작은 새는 평화와 희망을 상징하고, 손을 높이 들어 새를 받든 모습은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과와 배상 촉구를, 주먹을 힘껏 쥔 왼손은 한순간도 삶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던 할머니들의 숭고한 삶의 의지를 의미한다는 것이 작가의 제작의도다.
이항진 여주시장은 “아픈 역사의 굴곡에서 젊음과 꿈을 송두리째 빼앗긴 할머니들의 넋을 위로하며 특히 여주평화의 소녀상으로 돌아온 이용녀 할머니가 고향 여주의 품에서 편히 잠드시길 기원한다”라며 “미래 세대들에게 국가의 중요성과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는 조각으로 영원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소녀상 주인공인 고 이용녀 할머니는 1926년 2월 10일 여주출신으로 열여섯 살인 1941년 강제 연행돼 싱가포르와 미얀마 등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고초를 겪다가 해방 후 랑군수용소를 거쳐 1946년 부산항으로 귀국했다.
1992년 나눔의 집에 입소한 후 쭉 지내다가 2000년 12월 7일 일본 도쿄 구단회관에서 열리는 ‘2000년 일본군 성 노예 전법 국제법정’과 2019년 9월 18일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에 위안부 관련 소송 원고 1명으로 참석하는 등 국내외 증언을 통해 일본의 전쟁 범죄 고발과 공식 사죄를 요구하는 투쟁을 벌였다. 2012년 12월 나눔의 집 퇴소 후 아들과 살다가 2013년 8월 13일 타계했다.
여주 평화의 소녀상 제작한 이영선 작가는 재료비 외에는 어떤 보수도 받지 않고 재능기부로 작품을 제작했다.
이 작가는 “평소 위안부 할머니들을 생각하면 맘이 편치 않고 안타까웠는데 이번 소녀상 건립 모금을 한 사람 중 어르신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나도 뭔가 도움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라며 “다행히 좋은 작품이 나와서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광주교도소 조형물에 이어 ‘여주 소녀의 평화상’이 두 번째 재능기부 작품이라는 이 작가는 전남대와 홍익대 대학원에서 조각을 전공했으며 8회 개인전, 국내외 아트페어 13회 참가, 그룹전 150여 회에 참여한 중견작가로 25년째 가남읍 금곡리에서 리 조각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이 작가는 2012년 경기예술대상 미술부분 대상, MBC구상미술대전, 대한민국대상 전 등에서 수상하고 한국미협 여주지부장과 경기지회 부지회장 등을 역임했다.
여주=류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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