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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가면을 쓴 제품의 민낯(기아차 화성공장 ECO 프로젝트 대학생 기자단 에코벤져스조)

(왼쪽부터) 권종욱, 김정미, 도원석, 박지원
(왼쪽부터) 권종욱, 김정미, 도원석, 박지원

“당신은 몇 개의 텀블러를 가지고 있습니까?” 이 질문 속에는 친환경 제품의 사용이 되려 반 환경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불편한 진실을 담고 있다.

제로 웨이스트(Zero-waste)란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모든 자원과 제품이 재활용 가능하도록 디자인해 궁극적으로는 그 어떤 쓰레기도 매립되거나 바다에 버려지지 않도록 하는 소비 트렌드이다. 이러한 친환경적인 삶을 실천하기 위한 명목하에 우리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여러 번 재사용할 수 있는 에코백과 텀블러를 사용한다. 하지만 과연 우리가 사용하는 에코백과 텀블러는 실제로 환경 친화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오히려 이러한 소비가 환경 보호를 위한 취지에서 벗어나 유행 혹은 마케팅으로 오용되는 것은 아닐까? 제로웨이스트에는 다회용품의 일회용화라는 치명적인 리바운드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리바운드 효과란 반동 효과로, 환경을 위한 행위가 되려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다회용품을 오래 사용하지 않고 단지 수집을 위한 일회용품에 그친다면 이는 환경에 치명적인 영향으로 이어지게 된다.

첫 번째 리바운드 효과의 사례로 우리가 평소에 자주 들고다니는 에코백이 있다. 비닐봉지 사용을 줄이기 위해 대신 사용하기 시작한 에코백 열풍의 시작은 영국의 패션 디자이너 ‘안야 힌드머치’가 디자인한 천 가방에서 시작됐다. 재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인해 친환경 제품으로 각광받아 전세계적으로 급부상하게 되었는데, 사실 에코백을 구매한 뒤 굉장히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비닐봉지를 사용하는 것 보다 환경에 악영향을 준다. 2018년 덴마크에서 포장 가방 제작 시 발생한 오염을 회복할 수 있는 재사용 횟수를 연구한 결과, 비닐봉지는 최소 37회, 종이봉투는 43회, 면 가방은 최소 7,100회를 사용해야 환경 영향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결과의 이유는 목화 재배 과정에서 드는 비료 및 살충제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의 배출로 인한 환경 비용이 석유로 비닐을 만드는 데 드는 환경 비용 보다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또한 더욱 큰 문제로는 에코백이 최근에는 패션 아이템 중 하나로 자리 잡으면서 여러 브랜드에서 다양한 신제품들을 내놓거나 또는 마케팅 판촉물로도 쓰이면서 사용되지 않는 에코백들이 무분별하게 대량 생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디자인을 위한 사진, 레터링 등 프린팅에 사용되는 화학제품 역시 상당한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텀블러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생활 속에서 텀블러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텀블러는 카페를 가던 독서실을 가던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텀블러가 대중화될 수 있었던 이유는 친환경적인 제품 이미지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텀블러가 일회용 종이컵 혹은 플라스틱 컵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 나온 제품이라지만, 실제로는 텀블러가 사용된 후 폐기되는 과정을 고려하면 최소 15~40번 이상은 사용한 이후에야 환경 보호 효과가 제대로 발휘된다고 한다.

스타벅스는 매년 색다른 디자인의 텀블러를 출시하는데 이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많은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텀블러를 본래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닌 장식용으로 수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소비자층이 두터워지면서 텀블러 사용의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텀블러와 더불어 요즈음 카페에서 플라스틱 빨대 대용으로 자주 사용되는 것이 종이 빨대이다. 문제는 종이 빨대의 적절한 분리수거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종이 빨대는 재활용이 되지 않을 경우, 플라스틱 빨대보다 환경성이 더 낮다. 기존 플라스틱 빨대보다 약 다섯 배 정도 비싼 종이 빨대가 재활용되지 않으면 다른 일반 쓰레기와 함께 처리되어 결국 무용지물이 된다. 우리는 친환경적인 제품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환경을 지키는 일이 아님을 지각해야 한다.

텀블러나 에코백 모두 자원 낭비로 인한 환경오염을 줄이자는 본질로 출발했다. 하지만 ‘친환경’이라는 명분 아래 제품을 무분별하게 생산하고 구매하며, 친환경 다회용기를 일회용품처럼 마구잡이로 사용할 경우 오히려 환경을 해칠 수 있다.

결국 일회용품 사용을 멈추는 것 외에는 환경파괴를 막을 방법이 없다. 하지만 재활용률이 아닌 재사용률을 증가시킴으로, 쓰지않는 에코백이나 텀블러의 경우 시장, 마트, 카페 등에 기부하는 활동이나 필요한 사람과 나누자.

‘제로웨이스트’의 의미를 다시한번 상기하며 텀블러는 꼭 필요한 개수만 보유하고, 매일 갖고 다니고, 일 년 이상 사용하고 재활용이 쉽도록 단일소재를 선택한다면 현명한 지구생활, 어렵지 않다.

에코벤져스조(권종욱, 김정미, 도원석, 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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