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장관이 김의겸 의원을 고소하겠다고 했다. 이른바 ‘심야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한 대응이다. 한 장관은 25일 입장문에서 ‘유튜브 방송과 김 의원에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법사위 국감장에서 한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이 법무법인 김앤장 소속 변호사 30명과 술판을 벌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라며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 권한대행 등의 녹취록도 틀었다. 유튜브 방송 ‘더 탐사’는 같은 날 같은 취지의 방송을 내보냈다.
대통령과 법무장관이 새벽까지 술판을 벌였다는 내용이다. 함께한 일행이 법무장관 업무와 직결되는 변호사 수십명이다. 사실일 경우 불법 여부를 떠나 국민에게 주는 실망과 분노가 상당할 수 있다. 그런데 진실이 아닐 가능성이 여기저기서 제기된다. ‘청담동 고급 바’가 어딘지 특정되지 않는다. 주장을 처음 했던 당사자는 계속 침묵이다. 녹취록의 주인공 이세창씨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설익은 상태에서 제기된 의혹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재명 리스크를 덮으려 했다는 분석도 그래서 나온다.
그렇더라도 고소는 다르다. 법무장관의 방어권으로 형사 고소가 적절한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공교롭게 같은 날 불거진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사건이 있다. 추미애 법무장관과 그의 아들의 병역 이탈 의혹 수사의 해석 문제다.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 등에서는 이해충돌 관계라고 주장했다. 아들을 수사할 검사를 지휘하는 엄마의 지위를 문제 삼은 것이다. 권익위 내부에서 ‘이해 충돌의 우려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었다고 한다. 이를 부당하게 바꿨다며 전 위원장이 수사 의뢰됐다.
참고할 예는 또 있다. 조국 법무장관 시절, 조 장관의 딸 입시 부정 수사가 이뤄졌다. 조 장관의 자격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국민이 법무부의 업무 처리 객관성을 의심케 하는 부정적 요소로 작용했다. 사실 한 장관의 경우도 비슷한 논란이 있다. 검사 시절 유시민 작가를 고소했다. 장관 취임 이후에는 ‘엄벌에 처해 달라’는 취지를 공개적으로 유지했다. 조 전 장관, 추 전 장관의 그것이나 다를 게 없다. 법무 장관이 사건 당사자라는 위치는 똑같다. 우리는 이미 논평에서 이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24일 국감장에서 한 장관은 할 만큼 했다. 장관직을 포함해 모든 것을 걸겠다며 “(김의겸) 의원님은 무엇을 걸겠냐”고 다그쳤다. 다소 거칠었다는 평도 있지만 우리는 이해한다. 질의의 수준과 방식이 충분히 그럴만 했다. 하지만 형사 고소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현직 법무장관이 자기 손에 든 칼을 휘둘러 상대를 손보겠다는 것이다. 아니라고 해도 현실이 그렇게 돼 있다. ‘개인 자격’이라고 아무리 강조해도 ‘현직 장관’이라는 신분이 바뀌는 건 없다. 굳이 고소해야겠다면 장관 퇴임 후에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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