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말부터 일주일간 인도네시아에 출장을 다녀왔다. 현지에서 느끼는 한국 경제에 대한 경외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현지 공무원들은 한국 경제의 성공 경험에 대한 노하우 전수를 원하고 있다. 이번 출장에서 한국 혁신형 중소기업 육성의 노하우 전수를 위한 지식전수사업(KSP)과 공적개발원조(ODA)에 대한 현지의 기대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뜨거워 한편으로 어깨가 무겁기도 했다.
이러한 기대감도 잠시, 한국 경제를 둘러싼 경제 여건이 급변하고 있어 걱정이 앞선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한국 경제 전반에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이미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에 따른 중소기업 경영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인플레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지만 이는 소상공인·중소기업의 금융 부담으로 이어져 경영을 압박하고 있다. 인플레 잡으려다 소상공인·중소기업 잡는 것은 아닌지 현장에서 느끼는 고금리에 대한 중소기업계의 우려는 심각하다.
미·중 간 패권 경쟁이 가속화됨에 따라 한국 경제도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긴 어려운 실정이다. 그동안 한국 경제에 더할 나위 없이 긍정적이었던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우리 중소기업에 험난한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신냉전 질서가 형성되고 있어 교섭력과 정보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에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한 경계심을 가중시키고 있다. 또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은 국익 앞에서는 영원한 적도 우방도 없다는 명제를 각인시켜 주고 있다. 수출 실적도 나빠지고 있어 자칫 잘못하다간 만성적인 무역적자국으로 회귀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2023년 한국 경제는 코로나19보다 더 센 악재가 소상공인을 직격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기초체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의 충격이 가해지면서 내수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에서 발표하는 실태조사 결과만 봐도 중소기업은 매출이 감소하고 비용은 늘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어 호재보다는 악재만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비상경영 사태로 접어든 기업들은 운영자금이나 투자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가 하면, 재고가 쌓이고 있어 한 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도 비관은 금물이다. 지난 3년간에 비해 별로 나아질 것이 없어 보이지만 2023년 중소기업계는 위기 속에서 기회를 모색하는 한 해가 돼야 한다. 그동안 한국 경제에 드리운 위기 상황이 반복적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금의 위기 상황도 과거처럼 어렵사리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2023년 하반기 이후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우크라이나 조기 종전, 중국 등 코로나19 방역조치 완화 및 조기 해제로 인한 소비 회복 기대감 등이 가시화될 경우 한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개별 경제주체의 적극적인 대응 여부에 따라 기존 경제 전망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기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우리에게 닥친 복합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중소기업계의 선제적인 자구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중기중앙회에서 발표한 ‘2023년 경영환경에 대한 대응 전략’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이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거래처 확대 등 판로 다변화’라고 응답한 비율이 56.8%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마케팅 강화’(44.4%), ‘채용 확대 등 경기회복 대비’(30.4%), ‘기술개발 등 생산성 혁신’(30.4%) 등으로 나타나 기업들의 적극적인 대응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리 대내외 여건이 나빠져도 묵묵히 산업현장을 지키며 미래를 준비하는 중소기업이 우리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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