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교폭력이 큰 이슈다. 중학교 3학년 때였다. 뒷자리의 덩치 큰 친구가 이유 없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수업 끝나고 화장실 뒤로 오라고 했다. 그날 하루 종일 선생님의 강의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불안감과 공포심에 떨어야 했다. 그 친구는 교실 뒤편에서 시시덕거리며 즐기고 있었다. 학창시절의 추억이라 하기엔, 지워버리고 싶은 끔찍한 경험이었다. 학교폭력의 가해자는 활개치고, 피해자는 주눅들어 숨어야 했다.
손자를 태운 할머니가 자동차 급발진으로 의심되는 사고를 당했다. 본인의 목숨보다 소중한 손자는 유명을 달리했고 당사자는 중상을 입었다. 하지만 더 큰 비극은 운전자의 아들이자 사망한 어린이의 아버지가 자동차 결함을 입증하기 위해 증거를 수집하고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자동차 급발진 사고의 피해자는 슬퍼할 겨를도 없다.
최근 여러 개의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약 80만명의 소비자에게 74억원 이상의 피해를 입힌 운영자가 검찰에 송치됐다. 총 주문 건수의 90%를 배송하지 않거나 환불해 주지 않았다. 불과 3년 전에 같은 수법으로 10개월을 복역한 후 출소해 비슷한 수법으로 거액을 챙긴 것이다. 또다시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다수의 선량한 피해 소비자는 보상받을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일이다. 피해자는 차라리 사기당한 사실을 잊고 사는 게 나은 세상인 것 같다.
가해자는 양심의 가책을 느껴 숨어 살아야 하고, 사죄해야 하며 처벌받아야 한다. 학교폭력 가해 학생은 기회가 제한돼야 하고, 자동차 결함은 제조사가 입증해야 하며, 사기상술 사업자는 강력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피해자는 떳떳해야 하고, 당당하게 보상받아야 하며, 보호받아야 한다. 학교폭력 피해 학생에게는 더 많은 기회가 주어져야 하고, 자동차 급발진 피해자는 입증 책임에서 자유로워야 하며, 사기상술 사업자의 모든 이익을 환수해 피해 소비자가 보상받을 수 있어야 한다.
당사자 스스로 해결하도록 맡길 일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고, 국가적으로 제도가 가동돼야 한다. 적어도 피해자가 피해 입은 것 이상으로 힘들어하지 않는 세상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공정(公正)하고 정의(正義)로운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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