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고 건조한 땅에서 자라는 부채선인장이 스위스 알프스에서 번성하고 있다는 소식이 지난 2월 영국 일간지를 통해 전해졌다.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은 둘의 조합은 이상하리만큼 어색하다. 외신에서는 하얀 눈으로 덮여 있어야 할 알프스가 선인장으로 무성해지는 이유로 ‘지구 가열화(global heating)’를 꼽는다. 기후변화로 눈이 녹으면서 선인장이 살 만한 땅이 됐다는 것이다. 부채선인장은 토양을 뒤덮어 다른 종의 성장을 방해하며 생물다양성을 위협하고 있다.
이 같은 기후변화로 인한 수목의 변화는 해외토픽에서나 접할 수 있는 소식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리산, 한라산 고산지역에 서식하는 구상나무 같은 침엽수종이 고사 등의 위험에 처해 있다. 농업 부문에서도 기후변화로 인한 재배지의 이동이 나타나고 있다. 사과는 영천에서 정선·영월·양구로, 복숭아는 청도에서 충주·음성·춘천·원주로, 포도는 김천에서 영동·영월로 이동했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에서는 오랜 기간(통상적으로 10년 이상)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의 기후 평균 상태 또는 변동성의 변화를 ‘기후변화’로 일컫는다. 우리나라는 기후변화로 아열대 과수의 재배 면적지가 증가하고 있고 아열대 지역에서 흔히 보이는 조류, 병해충이 발견되고 있다. ‘2021년도 한반도 기후변화 영향조사 요약 보고서’에서는 기후평년값(1991~2020년)과 가장 온난했던 최근 10년(2011~2020년)의 우리나라 총 66개 종관기상관측지점에 대한 기후 구분을 제시했다. 쾨펜의 기후 구분에 따르면 최근 30년(1991~2020년) 아열대 기후형이 우리나라 전체 면적의 약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의 위험성이 곳곳에서 들려오는 이때, 우리는 어떤 자세를 지녀야 할까. 지난 4월 IPCC 제6차 종합보고서 승인 기념 포럼에서는 향후 30년 동안의 온난화는 피할 수 없으며 1.5도 온난화에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이제는 기후위기에 적응하고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개인의 노력과 더불어 제도 마련에 힘써야 할 시점에 다다른 것이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 시행에 따라 현재 국가 차원과 수도권 광역·기초지자체의 기후변화 적응대책 세부 시행계획이 이행 중이다. 이와 연계해 올해 수도권 기초지자체 중 11곳이 제3차 적응대책을 수립할 예정이다. 기후변화 정책 수립 시에는 기후변화 취약계층과 취약지역 등의 관리 및 피해 완화를 고려한 세부 시행계획이 마련돼야 하고 지자체와 시민사회 등 지역 내 모든 이행 주체의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한다. 이에 기상청은 기관들이 실효성 있는 대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최신 기후변화 동향과 지역 맞춤형 기후정보를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이미 알프스로 유입된 부채선인장을 없애기는 어렵겠지만 우리가 알프스 하면 떠올리는 설산의 풍경을 다음 세대들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도록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의 ‘범상치 않은’ 신호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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