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요금 1천원 인상 첫날... 오후 11시부터 할증·요율 확대도 승객들 지하철·버스로 발길 돌려... 업계 “물가 상승에 인상 불가피”
“그렇지 않아도 물가 인상으로 힘든데, 택시비까지 오르니 이제 택시를 탈 엄두도 못 내겠습니다.”
경기도내 택시요금 인상 첫날인 지난 1일 오후 10시께 수원특례시 팔달구의 한 택시 승강장. 15대의 빈 택시들이 시민들을 태우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하지만 택시를 잡으려는 시민들은 3팀 뿐이었다.
택시승강장 앞을 지나던 시민들은 빈 택시 행렬을 보고도 잠시 멈춰 고민하다 이내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현정씨(가명·38)는 “출장을 다녀와서 짐이 많아 택시를 타고 집에 가고 싶지만, 택시비가 부담돼 대중교통을 이용하려고 한다”며 “급한 경우가 아니면 택시는 이용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 때문에 택시를 자주 이용한다는 임수현(32·여)씨는 울며겨자먹기로 택시를 탔다고 했다. 그는 “직장이 동탄이라 집에서 대중교통을 타고 가려면 버스만 3번이나 갈아타야 하기 때문에 택시를 자주 이용한다”며 “직업 특성상 일이 늦게 끝날 때가 많아 퇴근길이 벌써 막막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인과의 모임 후 발걸음을 재촉하던 이현호씨(49)는 “오후 11시부터 할증 요금이 적용되다보니 오산에 있는 집까지 3만원 가까이 나올 것 같아 모임에서 먼저 빠져나왔다”며 “앞으로 늦은 시간 약속은 최대한 잡지 말고 택시 이용 빈도도 줄여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경기도내 택시 요금이 지난 1일부터 3천800원에서 4천800원으로 1천원(22.56%) 인상되면서 시민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심야 할증시간이 1시간 앞당겨진데다 할증요율도 기존 20%에서 30%로 확대되면서 시민들은 택시 요금 부담으로 당분간 이용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분위기였다.
반면 2019년 5월 이후 4년2개월만에 요금 인상을 맞이한 택시 기사들은 ‘택시 기피’ 현상이 걱정된다면서도 요금 인상을 반기는 분위기였다. 화성에서 개인택시를 운행하는 임정근씨(가명·57)는 “퇴직하고 개인택시를 운행하기 시작했는데, 최근 물가가 오르면서 기름값과 차량 유지비 등 부담이 컸다”며 “기본요금 인상 초반에는 손님이 줄어들겠지만, 지금이라도 올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성한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사무처장은 “올해 초 서울에서 택시요금이 오르면서 전반적으로 손님이 30% 정도 줄었는데, 경기지역 또한 이미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이번 요금 인상으로 (손님 수)변동이 클 지는 모르겠다”며 “당장 손님이 줄어들어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택시 업계 종사자들에게 요금 인상은 필요했던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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