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소아과 줄줄이 폐업 탓에... 입원 가능한 2차병원에 몰려 의사수 감소로 의료공백 ‘비상’... 市 “필수의료 체계 확충 총력”
“병원 문 여는 시간에 오면 접수만 2~3시간 걸려요. 애가 아픈데 미리와서 번호표라도 뽑아야 해요.”
11일 오전 7시30분께 미추홀구 주안동의 ‘병원급’ 2차 A병원. 조기 진료가 시작하는 오전 8시 이전부터 5명의 부모와 아이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첫 진료를 시작했을 땐 이미 10여명 이상 대기 중이다. 이 병원은 조기 진료까지 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기줄이 길다. 나소희씨(33)는 “감기에 걸린 아이가 며칠째 낫지 않아 병원에 왔는데, 대기환자가 너무 많다”며 “2차 병원에 올 때마다 항상 대기가 길다”라고 말했다.
비슷한 시간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B어린이병원도 마찬가지다. 첫 진료 2시간 전부터 번호표를 뽑으려 어린이 환자와 보호자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이 병원은 입원실을 갖춘 소아전용 병원급 2차 병원이다. 이 곳을 찾은 이현세씨(30)는 “17개월 아이의 폐렴 치료를 위해 새벽부터 준비하고 와 ‘오픈런’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집에서 30분이나 걸리는 곳이지만, 집 근처에는 입원할 병원이 없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인천지역 동네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병원급 이상의 소아청소년과 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리고 있다.
시에 따르면 인천의 소아청소년과 의원은 129곳, 병원은 46곳이다.
이 같은 소아청소년과 의원 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142곳에서 불과 6개월 만에 13곳이 줄었다. 지난 2017년보다는 20곳이 감소했다.
대부분의 2차 병원들은 진료접수에만 무려 2~3시간을 기다려야한다. 이 때문에 곳곳에서 부모들이 병원 문 열기를 대기하는 ‘오픈런’까지 하고 있다.
현재 인천지역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사) 수는 인구 10만명 당 58.2명(전국 평균 61.6명)에 불과하다. 이 같은 의료공백으로 자칫 당장 치료를 받아야 할 아이들이 골든 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아이들은 경증에서 준중증, 그리고 중증까지 빠른 시간에 악화하기 때문이다.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 부회장은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줄어들며 발생한 의료 공백으로 인해 2차 병원으로 몰리는 것”이라며 “아이들 병실이 없어서 사망하는 일도 있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3~7년 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공급이 쉽지 않다”며 “지자체 차원에서 확보한 인력·시설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아청소년과가 부족한 곳에 공공의료를 투입하는 등의 대책도 필요하다”고 했다.
시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부족한 만큼, 전반적인 의료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우선 인천지역의 필수의료 제공 체계를 확충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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