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고작 4분 ‘접근성’ 중요...불친절한 위치 안내에 ‘무용지물’ 도내 4천83곳 촘촘한 관리 필요, 설치 장소·수량 가이드라인 시급 道 “정부에 법적 근거 마련 건의”
“구비가 돼 있다고는 들었는데 본 적은 없어요.”
4일 오전 11시께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의 한 다세대 아파트. 이곳은 전체 4개 동에 31층까지 있는 800세대 고층 아파트다. 하지만 자동심장충격기 AED는 단 한 대에 불과하고 이 마저도 4동 지하 1층, 일반인 출입이 어려운 ‘방재실’에 위치해 있어 위급 시 이용이 용이해 보이지 않았다. 특히 다른 동에서 방재실까지 가는 데만 2~3분이 걸리고 AED 위치를 알리는 안내 표시도 없어 골든타임 4분을 훌쩍 넘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같은 날 수원특례시 팔달구의 한 지하철 역사도 상황은 비슷했다. AED가 구비돼 있는 역이었지만, 출입구 어디에도 위치 안내 유도 표시가 보이지 않았다. 역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위급한 상황에서 4분 이내에 AED를 쉽게 찾기 어려워 보였다.
지난 2020년 경기도가 자동심장충격기(AED)관리 실태에 나서고, 이후 매년 자체 점검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도내 자동심장충격기 의무 설치 시설엔 위치 표시가 되지 않거나 설치 대수 기준이 없는 등 긴급 상황 시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AED가 안전 및 생명과 직결된 만큼 지자체들의 더 촘촘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경기도 등에 따르면 AED는 심정지 환자의 심장리듬을 자동으로 분석한 뒤 심장에 전기 충격을 가해 심장이 정상적으로 뛰도록 도와줘 환자의 소생을 돕는 응급의료 장비다. 통상 심정지 상태에서 골든타임은 4분으로 알려져 그 안에 사용해야 하는 만큼, 이용 접근성이 중요하다. 도내 자동심장충격기 구비의무기관은 총 4천83곳, AED는 9천814대으로 집계됐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47조는 공공보건의료기관과 공항, 선박, 다중이용시설 및 500세대 이상 공공주택에서는 AED 등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 응급장비를 의무적으로 갖춰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AED 의무 설치 대상 시설만 있을 뿐, 의무 설치 대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실정이다.
현재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규모와 관련된 설치 대수 세부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대규모 주택 단지임에도 AED를 단 한 대만 구비한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또, 출퇴근 등 특정 시간에 인파가 몰리는 지하철역은 의무 설치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환자에 대한 효과적인 응급처치 활동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손상철 국제구급구명협회 한국본부 회장은 “현재 AED는 설치 의무만 부과하고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AED 설치 장소 및 수량에 대한 고민과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골든타임 내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함께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도 관계자는 “정부에 관련 법적 근거 마련을 건의해 볼 것”이라며 “매년 점검을 하고 있는 만큼, AED 관리에 더 만전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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