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대응해 희소금속 수출을 통제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희소금속의 안정적 확보가 산업계 주요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국내에서 유일하게 안티모니, 인듐, 비스무트, 텔루륨 등을 생산하는 고려아연이 주목받고 있다.
8일 고려아연에 따르면 이제중 최고기술책임자(CTO) 부회장은 지난 7일 정태웅 제련사업부문 사장과 함께 울산 온산제련소를 방문해 희소금속 생산 현황과 공정을 점검했다. 이번 현장 방문은 최근 중국의 희소금속 수출 제한 조치로 국내외 산업계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고려아연의 생산 및 공급망 안정성을 점검하기 위해 이뤄졌다.
이 부회장은 현장에서 제련소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국제 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자원안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공급망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안정적인 생산을 유지하고 국가기간산업으로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이 온산제련소를 점검한 배경에는 이날부터 시행된 ‘국가자원안보특별법’도 작용했다. 해당 법은 자원안보 추진 체계 구축과 자원안보위기 조기경보체계 운영, 핵심 자원의 공급·수요 관리를 위한 제도를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산업계는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고려아연은 중국의 수출통제 대상 품목 중 인듐, 비스무트, 텔루륨 등 3개 품목을 생산하고 있다. 인듐은 디스플레이, 터치스크린, 태양광 패널 제조에 활용되며, 고려아연은 전 세계 연간 수요 약 1천400톤 중 150톤(11%)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스무트는 원자력, 방위산업 등에서 사용되며, 고려아연이 국내에서 연간 900~1천톤을 생산하고 있다. 텔루륨 역시 태양전지, 열전소자, 차량 부품 등에 활용되며 연간 100~200톤 규모로 생산된다.
작년 9월 중국이 수출을 통제하면서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된 안티모니 또한 고려아연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 중이다. 안티모니는 군수품, 반도체, 적외선 장치, 납축전지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되며, 최근 대미 수출 협의가 진행되는 등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현재 고려아연은 희소금속 회수율을 품목별로 20~30% 이상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전략자원 생산량을 증대하고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고려아연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아연·연·동 통합 공정을 운영하며, 아연 및 연정광에 포함된 극소량의 희소금속 12개 품목을 추출하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현장 간담회에서 연구진과 근로자들을 격려하며 “희소금속 회수율을 높이고 생산 공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해 안정적 공급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연구개발(R&D) 강화를 강조하며 “기술연구소를 중심으로 희소금속 회수율을 개선하는 연구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온산제련소 방문 중 순환자원 처리공정 개발 현황도 점검했다. 고려아연은 1천241억 원을 투입해 미국 이그니오(Igneo)의 인쇄회로기판(PCB) 소성 원료, 동 스크랩(Scrap), 구리 선재(Wire) 등 2차 동 원료를 처리하는 공정을 개발 중이며, 이를 통해 연간 3만5천톤 규모의 이차전지 소재를 2026년부터 생산할 계획이다.
이 부회장은 “전략광물의 안정적 공급은 국내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며 “기술 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변화하는 환경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자원안보 강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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